3000원으로 한강 즐기며 수상 출퇴근? 한강버스 직접 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8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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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여의도~잠실 54분 주파한다지만
역에서 선착장 가는데 30분 걸리기도
엔진소음에 대화 불가…개선 과제로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버스 선착장. 길이 35.5m, 폭 9.5m, 총 169t 규모의 대형 선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달 1일부터 시범 운항을 시작한 ‘한강버스’는 오는 9월 정식 취항을 앞두고 있다.

한강버스는 서울 한강을 따라 운항하는 수상 대중교통 수단이다. 영국 런던 템스강의 수상버스처럼 일반 시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기후동행카드를 포함한 교통카드 사용과 환승 할인도 가능하다.

서울의 교통체증을 완화할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선착장 접근성, 선내 소음, 낮은 수요 등은 여전히 운영상의 과제로 지적된다.

● 여의도~잠실 54분…한강 가르는 수상 교통망

“잠시 후 한강버스, 뚝섬 선착장에 도착 예정입니다.” 이날 오후 기자가 탑승한 한강버스 내부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여의도를 출발한 지 약 40분 만으로, 차량 정체 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다. 배 안에서는 3-3-3-3 배열의 좌석에 시민들이 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강버스는 강서구 마곡에서 송파구 잠실까지 7개 선착장을 잇는 31.5km 노선을 오간다. 급행 노선은 마곡~여의도~잠실만 정차해 54분이 걸리고, 일반 노선은 망원·옥수·압구정·뚝섬도 경유해 약 75분이 소요된다.

요금은 편도 3000원이며, 평일은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 주말·공휴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운행한다. 출퇴근 시간에는 15분 간격, 그 외 시간대에는 30분 간격으로 운항할 예정이다. 이날 체험 운항에 참여한 최의석 씨(36)는 “회사 근처가 뚝섬 선착장이라, 출퇴근 시간에 도로가 막힐 경우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버스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디젤 발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운항된다. 출항 시에는 배터리를 사용하고, 고속 주행 시에는 디젤 발전기로 전환된다. 하이브리드 차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친환경 교통수단인 셈이다.

● 역에서 30분 거리 선착장

실질적인 이용 편의성은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선착장 대부분이 지하철역이나 주요 도로망과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잠실 선착장은 잠실새내역에서 도보 14분, 잠실역이나 잠실나루역에서는 30분 이상 소요된다.

교통 수요도 제한적이다. 서울시가 의뢰한 ‘한강 리버버스 운영 활성화 방안’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예상 이용객은 4000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요는 해마다 감소할 것으로 분석돼, 2024년 3902명에서 2045년엔 3788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시는 운항 초기 2년간 약 41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디젤 모드 전환 시 선내 소음과 진동도 상당한 편이다. 기자가 직접 탑승해본 결과, 배 뒤편 좌석에서는 엔진 소음 때문에 옆 사람과 대화가 어려웠다. 측정된 소음은 최고 85데시벨(db)로 지하철 내 평균 소음(약 80db)보다 높았다.

서울시는 일단 선착장 접근성 개선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착장마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배치하고, 마곡·압구정·잠실 등 주요 지점에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선착장 주변 버스 노선도 신설하거나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밖의 문제를 시범운항 기간동안 면밀히 확인해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한강버스#수상교통#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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