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빛으로 유인하는 광원 포집기 등 총동원해 개체수 조절 총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9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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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충이라도 불편 초래하면 ‘사회적 해충’
광원 포집기·향기 유인제 등 장비 확대
시민 대상 생활수칙 교육·홍보도 병행
“성과가 좋았던 방제법 평가해 내년 대비”

3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인근 제명호에서 서울소방 관계자들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2025.07.03. [서울=뉴시스]
“물 뿌립니다. 주변에 계신 분들, 벌레가 튈 수 있어요. 조심하세요!”

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등산로. 고무 호스를 든 소방관 두 명이 이렇게 외치며 나무줄기와 나뭇잎, 낙엽이 쌓인 바닥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었다. 불을 끄는 게 아니라, 최근 도심에서 급격히 확산 중인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를 방제하기 위한 살수 작업이었다. 서울시는 매년 여름 대량 발생하는 러브버그가 올해 특히 큰 민원을 일으킨 데 따라 내년에는 보다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방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 향기 유인 등 방제법 다양화


이날 서울시와 소방당국은 협업해 삼육대 등 도심 숲과 등산로 일대에서 친환경 살수 방역 작업을 벌였다. 러브버그는 식물을 해치지 않고 토양 정화에도 도움을 주는 익충이지만, 매 여름 대규모로 출몰하며 사회적 불편을 유발하는 탓에 ‘사회적 해충’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령 자연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많은 사람에게 불편과 혐오감을 주면 해충이라는 취지다.

실제로 러브버그는 차량 앞유리를 덮어 시야를 가리거나, 대량으로 쌓인 사체가 썩으며 다른 해충을 유인하는 등의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을 찾은 김동건 삼육대 교수는 “러브버그가 도심에서 대량 발생하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 뿐 아니라 도로에 쌓여 미끄럼 사고를 유발할 위험도 있다”며 “사체가 쥐나 바퀴벌레 같은 2차 해충을 유인할 수 있어, 서식지 제한을 위한 방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학약품이 아닌 친환경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러브버그가 물에 약하다는 특성을 활용해 살수를 통한 개체수 조절에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빛에 유인되는 습성을 고려해 ‘광원 포집기’도 활용하고 있다. 광원 포집기는 빛으로 벌레를 유인한 뒤 팬으로 흡입하는 방식이다.

은평구 백련산 일대에는 꽃향기와 유사한 냄새로 러브버그를 유인하는 ‘향기 유인제’도 설치됐다. 서울시는 이밖에도 실시간 발생 현황을 감시하고, 곤충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시범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 올해 방제법 평가하고 새 방제법 개발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무리가 등산로와 등산객들에게 들러붙으며 불쾌감을 주고있다. 2025.06.30. [인천=뉴시스]
방제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생활수칙 안내도 병행된다. 러브버그 출몰 지역에는 물을 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방충망에 난 틈을 정비해 벌레의 실내 유입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끈끈이 트랩 등을 설치해 날벌레를 유인·포획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산지나 공원 등 곤충이 많은 지역을 방문할 때는 밝은 색보다는 어두운 색 옷을 입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러브버그를 비롯한 많은 곤충이 밝은 색을 꽃으로 인식해 달려드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은 “러브버그 성충은 6월 중순 발생해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에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가 일주일가량 알을 낳고 죽는다”며 “다만 해마다 서식지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여 내년에는 또 어느 지역에서 대발생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미리 방역 대비를 해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올해 선보인 다양한 방제 사업들을 평가하고 내년을 준비할 계획이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개체수 감소에 효과적이었던 방제법을 지형, 지역별로 평가해 내년 방제에 적용하는 한편 새로운 방법들을 계속 개발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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