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반대에 여전히 임시계류장 떠도는 인천 닥터헬기…정쟁 수단 변질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9일 1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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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운영되고 있는 닥터헬기. 인천 닥터헬기는 201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됐지만, 여전히 전용 계류장 없이 임시 계류장을 떠돌고 있다. 전국에서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이 없는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인천시 제공
14년째 전용 계류장 없이 전전하는 인천 닥터헬기의 새 계류장을 지으려는 사업이 지방의회 반대로 수년째 차질을 빚고 있다. 전국에서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이 없는 곳은 인천이 유일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남동구의회에서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 관련 공유재산 매각 동의 안건이 상임위원회인 총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천시는 남동구 월례근린공원 부지에 닥터헬기의 새 계류장과 격납고 등을 짓는 계획을 추진 중인데, 해당 부지가 남동구 소유여서 매입하기 위해선 남동구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남동구의회는 계류장 대상지 인근 연수구 주민들의 동의를 충분히 얻지 못했고, 인천시에서 관련 설명이 부족했다는 이유 등으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월례근린공원 인근에는 직선거리로 400~500m 떨어진 연수구 지역에 아파트 단지가 있다. 연수구의회에서도 소음 문제 등을 이유로 “주민 의견이 충분히 수렴돼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시민 안전과 직결된 닥터헬기 계류장 조성 사업이 정쟁 수단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남동구와 연수구의 특정 지역구 국회의원을 언급하며 안건 부의 과정에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남동구의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유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역 정치권 갈등 속에 2021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닥터헬기 계류장 조성 사업은 4년째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이 없는 곳도 인천이 유일하다. 전국에서는 인천에 가장 먼저 닥터헬기가 도입돼 현재 전남, 강원 등 8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2022년 닥터헬기를 도입한 제주도도 최근 제주공항에 전용 계류장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인천 닥터헬기는 14년째 문학경기장이나 인천시청 운동장 등 임시 계류장을 떠돌고 있다. 현재는 부평구 일신동의 한 군부대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해당 부대의 이전이 계획돼 있어 계류장 설치가 시급하다.

전용 계류장과 격납고가 없으면 헬기 기체를 외부에 보관해야 하는데, 헬기 특성상 강추위나 무더위에 취약해 즉시 출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또 인천 닥터헬기는 현재 군부대를 임시 계류장으로 쓰고 있어 출동 시 군 관제탑 허가를 별도로 얻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인천시는 닥터헬기가 1주일에 2, 3회 정도 긴급 시에만 출동하는 데다 10m 높이의 방음벽 설치, 주거단지 운행 자제 등의 대책으로 주민들의 소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닥터헬기는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닌 인천 전체 시민 생명과 연결된 문제”라며 “소음이 아닌 누군가를 살리는 소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달 남동구의회 본회의에 해당 안건이 상정될 수 있도록 남동구의원들을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수구의회와 주민에게도 소음 피해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계속해서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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