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나이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족돌봄청년 절반 정도가 ‘번아웃(소진)’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이 아파도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할 확률이 다른 청년에 비해 약 5배까지 높았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가족돌봄청년의 실태와 미충족 의료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 46.4%가 최근 1년 간 번아웃을 경험했다. 같은 연령대 청년이 번아웃을 경험할 확률은 평균 32.4%였다.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가족돌봄청년은 각각 10.9% 14.6%에 달했다. 같은 연령대 청년이 두 약물을 사용할 확률은 각각 3.4%, 3.7%다. 연구진은 정부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19∼34세 1만4966명 중 가족돌봄청년 82명을 가려내고 인구학적 특성 등을 분석했다.
가족돌봄청년은 대학 진학률도 낮았다. 가족돌봄청년은 학력이 ‘고교 이하’가 30.4%였으나 같은 연령대 평균은 13.8%에 그쳤다. 반면 전체 가족돌봄청년 82명 중 57명(69.5%)은 취업해 경제적 활동을 했다. 나머지 23명(28%)은 취업 준비 등 비경제활동자였고 2명(2.4%)은 무직이었다.
가족돌봄청년은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확률이 같은 연령대 평균에 비해 최대 4.9배 높았다. 연구진은 “가족돌봄청년 중 학업에 큰 어려움을 느끼며 진학을 포기한 청년이 많을 수 있다”며 “(이들은) 돌봄 역할 수행으로 정신적, 경제적으로 부담을 질 뿐만 아니라 건강권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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