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공기질이 오히려 폭염 불러온다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7월 10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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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 부유물질 저감이 열 스트레스 심화 ‘기후 역설’ 규명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9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공원에 설치된 온도계에 기온이 37도를 나타내고 있다. 2025.07.09 뉴시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9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공원에 설치된 온도계에 기온이 37도를 나타내고 있다. 2025.07.09 뉴시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기(공기)질 개선 노력이 오히려 폭염과 열 스트레스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기후 역설’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은 윤진호 교수 연구팀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대기 중 에어로졸(공기 중 부유입자)이 줄어들 경우 지표면 냉각 효과가 상실되면서 기온이 상승하고, 상대습도도 함께 높아져 체감 열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윤 교수 연구팀은 약 60년에 걸친 대기 재분석 자료(ERA5)와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CESM2-LE.CMIP6)을 활용해 에어로졸이 햇빛을 산란시켜 지표면을 냉각시키고, 이로 인해 증발량이 감소하면서 수증기가 대기 중에 축적돼 상대습도가 높아지는 ‘에어로졸-습도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 메커니즘은 일정 수준의 에어로졸이 기온 상승을 억제하고 습도를 유지하는 기후 완충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에어로졸 저감이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폭염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기후 역설’을 드러낸다.

특히 연구팀은 약 14억 명이 거주하는 인구 밀집 지역인 인도-갠지스 평원(IGP)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1961년부터 2020년 사이 여름철 상대습도가 평균 약 10.3%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 중 약 95%는 대기 중 수증기량 증가에 따른 결과였으며 기온 감소 효과는 5% 수준이었다.

단일 인위 강제력 실험을 통해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의 개별 영향도 분석했다. 온실가스는 지표면 온도를 상승시켜 상대습도를 낮추는 반면, 에어로졸은 온도를 낮춰 상대습도를 높이는 정반대의 효과를 보였다.

향후 기후 시나리오 분석 결과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배출이 동시에 증가하는 고배출 시나리오(SSP3-7.0·SSP5-8.5)에선 2040년 전후를 기점으로 상대습도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되며, 이때 냉각 손실과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인한 폭염 위험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감축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저배출 시나리오(SSP1-2.6·SSP2-4.5)에선 습도와 기온이 비교적 안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윤 교수는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이 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중성을 간과하면 ‘깨끗한 공기’가 오히려 단기적인 폭염과 습도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IGP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고위험 지역에선 온실가스 감축과 에어로졸 저감 정책을 어떻게 조화롭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인류가 마주하게 될 기후 위험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시 기후와 대기를 함께 고려하는 통합 전략의 수립과 실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제1저자인 박진아 박사과정생은 “높은 습도는 땀 증발을 억제해 체온 조절을 방해하고 열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며 “공기질 개선과 탄소중립 정책은 반드시 통합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GIST 윤진호 교수와 박진아 박사과정생을 비롯해 KAIST 김형준 교수, 세종대 정지훈 교수, APEC기후센터 문수연 박사 등 국내외 연구진이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과 기상청의 연구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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