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마른 장마와 폭염 등으로 바닥을 드러낸 충북 제천 의림지에서 한 시민이 순주섬을 바라보고 있다.2025.7.10/뉴스1
‘마른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공식 관측용어는 아니지만 기상청은 강수일수와 강수량 등을 분석해 장마철 평년 강수량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 ‘마른장마’라고 판단한다. 올해 전국 강수량은 평년 80% 수준에 그쳤다. 장마 기간 초반에만 반짝 비가 내린 뒤 줄곧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장마라고 부르기조차 어려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달 1~10일 전국 폭염일수는 이미 7월 전체 평균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주 한반도를 덮은 ‘이중 열돔’이 깨지며 중부 지방 등에 비 예보가 있지만 불볕더위의 기세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례없는 폭염에 예산 35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 올해 강수량 평년 80% 그쳐
기록적인 폭염 원인 중 하나는 장마 기간인데도 비가 내리지 않는, 이른바 ‘마른장마’다. 기상청은 제주와 남부지방은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지만, 중부지방은 장마 종료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장맛비를 뿌리는 정체전선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으로 한반도 북서쪽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중부지방에 비가 내리지 않고 있지만, 장마전선이 다시 남쪽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커 아직 공식적으로 장마 종료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북쪽 찬 공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태여서 중부지방의 장마 종료를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전국에 내린 비의 양은 454.2mm다. 이는 평년 같은 기간 강수량(544.4mm)의 83.4%다. 제주 및 남부지방에선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른 확장으로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일찍 시작해 짧게 지나갔다. 제주는 지난달 12일 시작해 같은 달 26일에, 남부지방은 지난달 19일 시작해 이달 1일 장마가 종료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관측이 체계화된 1973년 이후 현재까지 7월의 평균 폭염일수는 4.1일이다. 그런데 올해 7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7월이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은 10일 기준 4.9일을 기록했다. 역대급 폭염이 닥쳤던 지난해에도 7월 폭염일수는 4.3일에 그쳤다. 2023년에는 4.1일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폭염으로 본다.
폭염이 이어지며 9일 100명이 넘는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9일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111명이다.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 15일부터 이달 9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357명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10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카니발 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여름축제 ‘슈팅 워터펀 시즌2’에서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07.10. 용인=뉴시스11일 아침 최저기온은 19~25도, 낮 최고기온은 25~36도로 예보됐다. 이날 오후부터 12일 오전까지 제주도에는 5~20mm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13일쯤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던 기압계에 변화가 생기며 고기압이 와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서풍 형태로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특보 수준의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상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중첩해 푹푹 찌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주 이 두 고기압이 와해하면 그 틈으로 북쪽에서는 찬 공기가, 남쪽에서는 따뜻한 공기가 불어 들어온다.
두 공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생기는 장마전선으로 중부지방과 강원 영서지방에는 16, 17일 비가 내릴 전망이다. 이창재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16일 이전까지는 일부 지역에 소낙성 강수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충청권, 남부지방, 제주에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남쪽에서는 열대 요란(태풍의 씨앗)이 발달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117년 만의 가장 심한 무더위라는 얘기도 있던데 기후변화 때문이라 하더라도 그 대응에는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며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가능한 대책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각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무더위 쉼터가 제대로 관리되는지도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8월 둘째 주 평일’ 오후 5~6시께 최고 97.8GW 범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라면 지난해 8월 20일(97.1GW)의 역대 가장 높은 최대 수요 기록을 웃돈다. 산업부는 전력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에 맞춰 지난해보다 1.2GW 증가한 106.6GW의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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