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스틸러스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기성용 입단 미디어데이에서 기성용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축구선수 기성용 씨(36·포항 스틸러스)가 성폭력 의혹 제기 후배들을 상대로 낸 억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뒤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기 씨는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에 소송 대리인 변호사의 글을 공유하며 “4년 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 기성용 “진실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내했다”
기 씨는 “긴 시간을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었던 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없던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든 일이었지만 결국 진실이 이기고 거짓은 실체를 드러낸다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길고 지난한 싸움이니 가지 말라고 조언했던 변호인들이 많았다”라며 “그렇지만 허위 사실로 인해 오해받고 조롱받는 치욕스럽고 억울한 삶을 사는 것은 죽기보다 힘든 일”이라고 소송을 진행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도로 함께해 준 동역자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 변호인 “기성용 성폭력 의혹 제기 허위 확인”
기 씨의 소송대리인 태승모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는 최근 기 씨의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4년이 넘는 시간 끝에 법원으로부터 성폭력 의혹 제기가 허위임을 확인받았다”고 입장문을 냈다.
태 변호사는 “법원은 이들(성폭력 의혹 제기자들)의 보도자료에서 축구계의 부조리함을 환기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으며 기성용 선수의 성폭력이라는 범죄행위 및 회유 협박이라는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처럼 폭로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 악의적 가족 비방·허위 사실 유포, 법적 절차 진행
이어 “이번 판결은 기성용이 긴 시간에 걸친 오해와 억측 속에서도 진실을 밝혀내고 타인의 인격을 훼손하는 악의적 시도에 단호히 대응해 명예를 회복한 사례는 점에서 깊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태 변호사는 기 씨 및 가족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과 허위 사실 유포 행위자에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2021년 2월 A·B 씨는 전남늬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선배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기성용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내용상 가해자가 기성용으로 유추됐다.
기 씨는 같은해 3월 두 사람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정하정)는 기 씨가 A·B 씨를 상대로 낸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 씨 측이 청구한 배상액 중 1억 원을 인정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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