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전통시장 내 식당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문수 찍었다 아입니까. 그칸데 지금은 국민의힘이 확 자빠져 빨리 망해 뿌렸으면 좋겠심더.”
11일 경북 김천 평화시장에서 만난 심모 씨(40)는 이렇게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 씨는 “12‧3 계엄 이후 아이들 보기 너무 부끄러워 한동안 외출도 하지 않았다”라며 “그래도 이 나라의 희망은 보수라는 생각으로 국힘을 지지했는데, 이젠 정말이지 생각을 싹 바꿨다. 여당을 견제할 능력이 없는 야당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지역 의원들이 존재감이 없고, 정치 활동도 미진하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30여 년을 찍어줬는데 이게 뭡니꺼? 진짜 열받아서 못 살겠심더.”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 씨(65)는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요즘 국힘 ‘꼬라지’를 보면 더운 날씨보다 더 열받는다”라며 “예전엔 그래도 그냥 국힘 찍자는 말이 통했지만, 요즘은 왜 찍어야 되노라는 불만이 상인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고 전했다.
경북 구미의 한 자영업자는 “민주당에 법사위원장, 예결위원장 다 뺏겨도 찍소리 못하고, 대통령실 특활비 살리고 멋대로 해도 아무 대응도 안 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너무 한심하다. 야당이 야성을 찾아보기 힘들고, 자기 보신주의로 가고 있어 이제는 가엽기까지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있으나 마나 한 정당 이미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었다.
국민의힘이 TK에서 줄곧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오면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포항에 사는 주부 김모 씨(49)는 “국힘은 더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며 “진정한 보수와 국민을 위한 정치는 없고, 다 지 밥그릇 싸움만 하는 것 같다. 내년 선거 때 두고 보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민심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대구의 한 기초의원은 “요즘은 주민들 만나러 가는 게 부쩍 부담스럽다”며 “당 로고만 믿고 표 주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도부가 TK 민심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도의회 소속 한 의원도 “계속 수도권만 바라보다 TK 민심을 놓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강성 지지층은 여전히 “국힘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에 사는 박모 씨(68)는 “지금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건 그래도 국힘뿐”이라며 “TK라도 중심을 잡아줘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산이 있다”고 했다. 경북 경산시 주민 조모 씨(70)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혁신에 나서야 한다”며 “정치가 한쪽으로 쏠리면 결국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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