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지휘권 소방청 이관, 혼선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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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과학회, 산불 정책보고서 발표
대응 체계 분절-지자체 책임 약화
산림청장 권한, 명령으로 격상해야
전문 인력-장비 확충-고도화 강조

11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에서 최명석 한국산림과학회 부회장이 올 3월 발생한 영남권 대형산불 분석과 산불 대응 개선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11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에서 최명석 한국산림과학회 부회장이 올 3월 발생한 영남권 대형산불 분석과 산불 대응 개선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산림청의 산불 지휘권을 소방청에 이관하면 산불 예방, 진화, 복구 과정이 합쳐진 복합적 재난 대응 체계가 분절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동시다발적 대형산불에 대응하기 위해서 산림 당국이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 지휘권을 갖고, 나무 솎아내기 등으로 산불에 강한 숲 구조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3일 한국산림과학회가 발표한 ‘2025년 대형산불 분석 및 개선 대책’에 따르면 3월 영남권을 할퀸 산불은 사망자 31명을 포함해 총 82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재산 피해는 1조818억 원이었고, 약 10만4000㏊(헥타르) 산림이 불에 탔다. 최명석 한국산림과학회 부회장은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당시 산불 확산 속도는 시속 8.2km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형산불 때 산림청의 자원 동원 권한이 ‘협조’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제 대형산불 발생 시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인 지휘와 신속한 동원이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현재 산림청이 갖고 있는 산불 지휘권을 소방청으로 이관하자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학회는 산불은 예방, 진화, 복구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소방에 산불 지휘권이 넘어가면 지자체의 예방, 진화, 복구 등의 임무가 단절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산불은 한 공간에서 수직으로 타는 게 아니라 수평적으로 확산하는 특징이 있어 지형, 기후, 불의 속도와 방향 등 많은 정보를 파악하는 게 진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소방청보다는 산불의 경험과 전문 인력을 갖춘 산림청이 산불 진화 주도권을 갖고 유관기관과 연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법과 제도의 강화와 인력 장비 고도화, 산림 관리의 기관별 협업 필요성도 제시했다. 최 부회장은 “2026년 2월 시행 예정인 산림재난방지법에 산림청장의 산불 진화 자원 동원 권한을 협조가 아닌 명령 수준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산불 현장 통합지휘본부의 조기 구성과 운영, 지역 산불 방지기관장의 지휘권 강화 및 협조 의무화를 명확히 규정해 현장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전문 인력과 장비의 확충과 고도화도 강조했다. 국립산림재난교육훈련센터 설립, 야간 진화가 가능한 대형 헬기 도입, 다목적 산불진화차량 확충 등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학회는 내무부 산하 기관, 주정부 지역 소방국 등 기관들이 협업해 산불 대응에 참여하는 미국 연방 산림청을 예로 들면서 산림청을 중심으로 소방청, 국방부, 경찰, 기상청, 환경부, 국가유산청 등 범부처 협력을 강화해 각 기관의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불에 강한 숲이 되기 위해서 활엽수 등으로 수종을 전환하고 나무를 적절히 솎아내는 숲 가꾸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자전송 서비스,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 위치정보 확인 기술을 하나로 묶어 주민의 위치를 파악하고 위험지역 내 주민에게 대피 명령과 장소를 공지하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1960년 1월에 창립된 사단법인 한국산림과학회는 산림행정기관, 연구기관, 임업단체, 기업, 대학 등 160여 개의 기관회원과 9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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