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은 지구… 한국은 ‘가장 더운 7월’, 유럽은 ‘40도 폭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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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첫 주 전국 평균 기온 28.1도… 강원 강릉 등도 일 평균 기록 경신
정부, ‘폭염 작업 규칙’ 제도 마련… 그리스 신전, 오후 출입 금지 조치
폴란드, 강 지류 마르며 ‘가뭄 경보’… 스페인은 6000ha 산림 불에 타기도

강원 강릉시 옥계면 일대 국유림에서 산림청 강릉국유림관리소 직원들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예초기에 양산을 꽂은 채 일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7일 전국 평균 기온은 28.1도로 기상 관측이 체계화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다. 강릉=뉴스1
강원 강릉시 옥계면 일대 국유림에서 산림청 강릉국유림관리소 직원들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예초기에 양산을 꽂은 채 일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7일 전국 평균 기온은 28.1도로 기상 관측이 체계화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다. 강릉=뉴스1
올해 7월 첫 주 전국 평균 기온이 28도를 넘으며 이 기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전국에서 연일 최고기온이 경신되면서 곳곳에서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바뀌었다. 유럽에서도 지난해에 이은 폭염에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달해 주요 관광지가 폐쇄되고 대형 산불도 이어지고 있다.

● 올해 역대 가장 더운 7월 첫 주

기상청에 따르면 1∼7일 전국 평균기온은 28.1도로 기상관측이 체계화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가장 기온이 높았던 2022년 27.3도보다 1도 가까이 올랐다. 이 기간 하루 최고기온과 최저기온도 각각 32.8도, 24.3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에서 기온, 강수 등 기상 현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66곳에서 올해 7월 1∼7일 하루 평균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다. 1911년부터 기상관측을 한 강원 강릉은 6일 하루 평균기온이 32.6도까지 오르며 역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역대 2위는 2일 31.3도, 3위는 1일 32.2도, 5위는 5일 31.8도다.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뒤 올해가 압도적으로 더웠다는 얘기다.

1961년부터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제주 서귀포는 하루 평균 최고기온 역대 1∼5위가 올해 나왔다. 1, 2일 29도로 가장 높았고 3위는 7일 28.8도다.

이후에도 더위가 이어졌다. 8일 오후 2시께 서울 기온이 37.1도까지 오르면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7월 상순(1∼10일)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이 기간 서울 최고기온은 1939년 7월 9일 기록된 36.8도였다.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한반도에 폭염을 불러 온 북태평양 고기압은 열대 서부 해역의 높은 해수면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며 “기후 변화가 심각해질수록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극한 폭염으로 인한 근로 현장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폭염 작업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 펄펄 끓는 유럽, 가뭄에 산불까지

유럽도 더운 날씨로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8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고대 신전이 있는 유명 관광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오후 시간대 관광객 출입을 금지했다. 4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 관광객이 폭염으로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아크로폴리스는 그늘이 없어서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그리스는 야외 근무자와 음식 배달 기사 등 고온에 취약한 이들에게 강제 휴무를 명령하기도 했다.

폴란드는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가뭄으로 강물이 말랐다. 폴란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비스와강 수위는 13cm까지 낮아졌다. 일부 지류는 강바닥을 드러났다. 폴란드 정부는 주요 강을 따라 위치한 모든 주(州)에 가뭄 경보를 발령했다.

무더위와 함께 거센 산불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9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부슈뒤론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불길이 인근 마르세유까지 번져 공항이 마비되고 철도 운행이 중단됐다. 이번 화재로 750ha(헥타르)가 불에 타고 주택 70채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스페인에서는 7일 카탈루냐 지방 타라고나 인근에서 시작된 산불로 6000ha가 넘는 산림이 파괴됐다. 마을 주민 1만8000여 명에게 실내 대피령이 내려졌다. 세르비아 정부는 7일 “지난 24시간 동안 2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후 데이터 분석 기업 딥스카이리서치의 맥스 두건나이트는 “유럽 산불은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있다”며 “유럽 전역에 건조하고 더운 바람이 불고 있어 아주 작은 불쏘시개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환경 단체 ‘모두를 위한 기후 회복력’에 따르면 2019∼2023년 유럽 도시들은 1년에 최대 5개월 동안 폭염을 겪고 있다. 아테네는 5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약 145일 동안 32도가 넘는 고온이 지속됐다. 알바니아 티라나는 143일, 포르투갈 리스본은 136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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