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구 BTS 벽화에서 ‘찰칵’… 이열치열 매콤한 무침회로 마무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무더운 여름, 대구서 감성 여행] 대구 서구로 떠나는 기차여행
수서역…서대구역 1시간 30분
경북권 연결하는 대경선도 정차
와룡산-벽화거리 등 명소 인기
반고개 무침회 골목 방문은 필수

서울에 서울역과 수서역이 있다면 대구에는 동대구역과 함께 지역 대표 관문 역할을 하는 서대구역이 있다. 고속열차 KTX와 SRT가 모두 정차하고 경북 구미와 칠곡, 경산을 잇는 대경선이 20분 간격으로 다녀 전국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찾아가기 쉬운 곳이 대구 서구다. 특히 수서역에서 출발하면 빠르면 1시간 반 만에 서대구역에 내릴 수 있어 서울 및 수도권에서도 부담 없이 서구를 찾을 수 있다.

서구는 1980∼1990년대를 풍미한 대구의 중심지였다. 당시 섬유와 염색 산업 발달로 사람과 돈이 몰려들었고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찬란했던 화양연화(花樣年華) 시절이었다.

2000년대 들어 주력 산업이 쇠락의 길을 걸으며 옛 영광은 빛을 잃었으나 풍요로웠던 과거를 증명하는 유산은 여전히 서구를 지키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주택 재개발 및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도시를 대표하는 새로운 볼거리들도 곳곳에 조성됐다. 대구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맛집도 즐비해 식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가방 하나 둘러메고 열차표 한 장 끊어서 서구로 출발해 보자.

반갑게 인사 건네는 파란색 거인

대구 서구 이현공원의 조각상 ‘그리팅맨’ 앞에서 방문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서구에 도착하면 키가 7m가 넘고 온몸이 새파란 근육질 거인이 가장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이현동 이현공원에 있는 거대 조각상 ‘그리팅맨’(Greeting man·인사하는 사람)이다. 그리팅맨은 15도로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남성의 모습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형상화한 조각상이다. 이현공원은 서대구역이나 서대구 나들목(IC)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어 마치 그리팅맨이 직접 방문객을 마중 나와 인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팅맨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유영호의 대표작이다. 유영호는 존중과 배려,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전 세계 1000곳에 그리팅맨을 세우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우루과이에 1호 그리팅맨을 세웠으며 파나마와 에콰도르, 미국, 브라질 등에도 설치했다. 서구는 서대구역 개통을 계기로 찾아올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2021년 이현공원에 그리팅맨을 들였다.

류한국 대구 서구청장은 “세계 각국의 그리팅맨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들도 있다고 들었다. 서구를 찾으면 잊지 말고 그리팅맨과 첫 사진을 꼭 찍길 바란다. 이후 세계 곳곳의 그리팅맨을 찾아다니는 ‘그리팅맨 투어’에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사계절 즐거운 산책길 그린웨이

대구 서구 그린웨이 장미원 사이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최근 걷기와 달리기가 대세 운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방문지 고유의 정취와 풍경을 즐기며 걷거나 달리는 일이 또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됐다. 서구에도 러너들이 만족할 만한 명품 길이 있다. 힐링 숲길인 그린웨이다. 왕복 7㎞ 구간으로 걷거나 달리며 운동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린웨이는 원래 서대구공단과 주택가 사이에 있던 완충녹지였다. 산업 쇠퇴로 장기간 방치돼 있었는데 서구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공사를 해 그린웨이로 재탄생시켰다. 그린웨이 구간을 걷거나 천천히 달리면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는데 운동하는 내내 지겨울 틈이 없다. 10가지 주제별 산책길이 있어서 전체 둘레길을 거닐며 구간마다 사진을 찍고 다양한 꽃과 나무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린웨이를 대표하는 장미원에서는 여름철에 다채롭게 피어난 여러 종류의 장미꽃을 즐길 수 있다. 총길이 160m 구간에 메모이레와 핑크퍼퓸, 블루리버 등 22종, 1만5000여 그루의 장미가 식재돼 있어 시민들에게 최고의 사진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각양각색의 야생화가 가득한 야생화원과 향기가 매혹적인 백합이 장관을 이루는 백합원도 그린웨이의 자랑거리다. 향기원은 눈보다 코가 즐거운 길이다. 아그배와 매화, 목서, 수수꽃다리 등 향기 나는 수종들이 가득해 향긋한 꽃내음을 맡으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소나무와 향나무가 식재된 상록수원, 테라피원도 그린웨이가 자랑하는 구간이다. 특히 피톤치드 성분이 풍부한 편백나무 수백 그루가 식재된 테라피원에서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신 안정을 취할 수 있다. 단풍나무가 식재된 낙엽원에서는 가을철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잎을 바라보며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걷거나 달린 뒤에는 어린이 물놀이장을 찾으면 된다. 그린웨이에는 총면적 1000㎡의 대형 물놀이장도 조성돼 있다. 테마형 조합놀이대를 비롯해 대형 버킷과 미끄럼틀 등 각종 물놀이 시설을 갖췄다. 간이 탈의실과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도 있다. 그린웨이는 밤에도 아름답다. 반딧불 조명을 비롯해 다채로운 조명과 조형물이 밤을 더욱 화려하게 만든다.

대구는 무침회, 무침회는 반고개

대구 서구 반고개 무침회 골목에서 맛볼 수 있는 무침회.
대구 서구 반고개 무침회 골목에서 맛볼 수 있는 무침회.
대구 10미(味)가 있다. 막창, 따로국밥, 뭉티기, 납작만두, 복어불고기, 메기매운탕, 야끼우동, 누른국수, 동인동찜갈비, 그리고 무침회다. 무침회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메뉴라 대구 사람들이 타지인들에게 접대용으로 즐겨 찾는 음식이다.

서구에는 전국에서 무침회로 가장 유명한 반고개 무침회 골목이 있다. 무침회 전문 식당 10여 곳이 모여 먹자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대구에서 무침회가 발달한 것은 내륙 도시 특유의 식생활 문화에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바다에서 먼 지리적 특성상 신선한 회를 맛보기가 어려웠다. 이에 식당 업주들이 살짝 데친 오징어와 소라, 우렁이 등을 채소와 함께 특제 양념으로 버무린 무침회를 개발했다. 꼬막, 가오리, 물가자미 등 무침회 종류도 다양하다.

무침회는 매운맛이 강한 편인데 밑반찬으로 나오는 재첩국을 곁들이면 혀와 속을 달랠 수 있다. 무침회를 그대로 먹거나 야채쌈과 함께 먹어도 맛있지만 수육이나 기름에 바싹 구운 납작만두에 싸먹는 것도 별미다. 남은 무침회에 밥과 김가루, 참기름을 넣어 슥슥 비벼 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반고개 무침회 골목은 접근성도 좋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에 내리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서구가 부족한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조성해둬 주차하기에도 편리하다. 가게별로 자체 주차장을 갖춘 곳도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포장해가는 것도 추천한다. 급랭시킨 무침회 재료를 아이스박스 안에 넣어 포장해주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인생 사진 건질 포토 스폿

여행 뒤에 남는 것은 결국 사진이다.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사진 촬영하기 좋은 곳만 찾아다니는 여행객도 있을 정도다. 서구에는 가족이나 연인과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명소가 꽤 있다.

상리동 새방골성당은 1888년 지어진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화려한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다른 성당들과는 달리 간소한 외관이 특징이다. 그래도 100여 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붉은색 벽돌의 외관은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1888년 프랑스 선교사 로베르토 김보록 신부가 머문 대구의 첫 성당이기도 하다. 김 신부는 새방골성당을 거쳐 대구 성당의 상징인 계산주교좌대성당(1898년)의 초대 주임신부를 지내기도 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지순례사목위원회는 새방골성당의 이런 가치를 인정해 이곳을 순례성당으로 포함시켰다.

와룡산은 서구의 숨겨진 보물이다. 특히 이 산의 상리봉 전망대에서는 대구를 관통하는 금호강과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밤에 와룡산에 오르면 도심 속 불빛이 금호강에 반사돼 색다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봄철에 찾으면 선홍빛으로 물든 영산홍 군락지에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대구 서구 대성초 담벼락을 따라 조성돼 있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 벽화거리.
대구 서구 대성초 담벼락을 따라 조성돼 있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 벽화거리.
비산동 대성초등학교에는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의 벽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대구 출신인 뷔는 이 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2021년 뷔의 중국 최대 팬 모임인 ‘바이두뷔바’가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벤트로 벽화거리를 조성했다. 원래 33m였던 벽화는 추가로 더 연장돼 60m가 됐다. 벽화는 뷔가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뷔의 사진과 앨범 표지, 팬들이 남긴 글귀도 그려져 있다. 대성초 길 건너 달성토성마을도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사진 명소다. 골목길을 화분으로 가득 채워 꽃향기와 함께 사람의 온기까지 느낄 수 있다. 2015년부터 주민들이 집 안에 있던 화분을 골목에 내놓기 시작하면서 온 마을로 이어졌다고 한다. 2020년 산림청이 주최한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더운 여름#대구서 감성 여행#대구#여행#이현공원#그린웨이#무침회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