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장승업 만나러… 대구로 ‘문화 휴가’ 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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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대구서 감성 여행] 간송미술관 ‘화조미감’ 기획전
수창청춘맨숀, 독립운동 조명
대구미술관은 션 스컬리 회고

올여름 무더위는 예년보다 더 뜨겁고 더 길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여름철 대구를 떠올리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가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열대야는 줄고, 더는 최고 기온 도시도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관광 인프라 덕분에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지역을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대구간송미술관’이 대표적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곳곳에 새로 조성한 숨은 보물 같은 여행지를 찾아보는 일도 즐겁다. 더위를 피하면서 만끽하는 밤하늘의 야경은 눈부시다. 이번 여름 대구에서 감성 문화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구간송미술관 첫 기획전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실감 영상 전시물을 감상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실감 영상 전시물을 감상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대구간송미술관은 다음 달 3일까지 개관 이후 첫 기획전인 ‘화조미감’을 열고 있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조선시대 화조화 37건, 77점을 총 3부로 나눠 선보인다. 꽃과 새가 어우러진 모습을 그린 화조화는 전통적인 동양화의 중요한 장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화조화를 통해 문인 정신을 표현한 조선 중기와 세심한 관찰과 서정미로 황금기를 맞이한 조선 후기, 탐미적 미감이 반영된 조선 말기까지, 각 시기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부 ‘고고(孤高), 화조로 그려진 이상’에서는 조선 중기 문인 화풍의 화조화를 소개한다. 이 시기 문인 화가들은 작은 화면 안에 고요하고 맑은 분위기의 새 그림을 즐겨 그렸다. 이들이 추구한 고결한 삶의 가치를 새와 꽃 등 자연에 투영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2부 ‘시정(詩情), 자연과 시를 품다’에서는 조선 후기 화조화의 다채로운 흐름을 조망한다. 이 시기에는 전통적인 문인 화가와 더불어 문인 소양을 갖춘 화원 화가들이 화단을 이끌었다. 간결한 문인 화풍의 화조화와 대상의 실재감을 표현한 사생풍의 채색 화조화가 상호 보완적인 형태로 18세기 화조화를 꽃피웠다.

3부 ‘탐미(耽美), 행복과 염원을 담다’에서는 길상적 의미와 장식적 미감을 보여주는 조선 말기의 화조화를 만날 수 있다. 장승업은 전통 양식과 청대 화풍을 융합해 장식적인 화조 병풍을 유행시켰으며 이는 안중식과 조석진 등에 의해 다양하게 재해석되며 20세기 화단으로 이어졌다.

전시의 백미는 18세기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화조화가 전시되는 특별 공간이다. 진경산수화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두 대가는 화조화에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남겼다. 이들 작품은 ‘진경화조’로 불릴 만큼 한국적 정감을 담고 있다. 겸재 정선의 ‘화훼영모화첩’은 수리 복원 이후 전체가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신사임당 ‘초충도’ 병풍, 이징의 ‘산수화조도첩’과 함께 소개돼 미술사적 흐름 안에서 화조화의 변화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전시회 오디오 가이드 제작에는 배우 임수정과 미국 출신 방송인 마크 테토가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임수정은 섬세한 감정 표현과 따뜻한 목소리로 한국어 해설을 맡았다.‘화조미감’ 관람권은 온라인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관람료는 성인 1만1000원, 청소년·학생 5500원이다. 전시 기간 평일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특별 기념품 증정 행사도 열린다. 만족도 조사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등을 하면 에코백과 향란, 스티커 엽서 등을 선물로 준다.

대구미술관 해외교류전

대구미술관은 이번 여름 현대 추상회화의 거장 션 스컬리 회고전을 열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미술관은 이번 여름 현대 추상회화의 거장 션 스컬리 회고전을 열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미술관은 다음 달 17일까지 국제전 ‘션 스컬리: 수평과 수직’을 열고 있다. 현대 추상회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션 스컬리(80)의 회고전이다. 그의 한국 국공립미술관 최초 개인전이기도 하다.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가의 전체 세계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1945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션 스컬리는 지난 수십 년간 현대 추상회화를 은유와 영성, 휴머니즘으로 이끄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회화, 사진, 조각, 판화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그는 특히 풍부한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에 기반한 독자적인 화풍을 완성했다.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여러 겹으로 덧칠함으로써 얻어지는 풍부하면서도 미묘한 색채감과 강한 공간감은 그의 회화를 대표하는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기별 대표작과 신작을 아우르는 회화, 드로잉, 조각 등 70여 점을 전시한다. 특히 이번 대구미술관 전시를 위해 제작한 4m 높이의 기념비적인 대형 철 조각 ‘대구 스택(Daegu Stack)’과 작가 특유의 풍부한 색채로 도색한 알루미늄 프레임을 층층이 쌓아 올린 ‘38’을 미술관 야외 공간과 어미홀에 각각 설치해 처음으로 선보인다.

대구예술발전소 최대 연합 교류전

연초(담배)제조공장에서 예술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대구 예술발전소. 대구시 제공
연초(담배)제조공장에서 예술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대구 예술발전소. 대구시 제공
연초(담배) 제조공장에서 ‘예술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 대구예술발전소(중구 수창동)는 다음 달 31일까지 ‘어디에도 없지만, 지금 이곳(Nowhere, Now Here)’을 주제로 레지던시 연합 교류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전국 9개 지역, 10개 레지던시 운영기관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외 예술인 74명이 지역과 국가, 장르를 넘어선 창작의 연대를 실현하는 획기적인 시도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지역 간 예술 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이 전시는 대구예술발전소 개관 이래 처음으로 1∼5층 전관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다.

전시는 △정체성과 자아 △물성과 수행성 △공간과 경계 △일상 △기억과 서사 △테크놀로지와 가상성 △생태와 지속가능성 △사회적 참여와 공공성 등 8개 주체 공간으로 구성했다.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다방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예술기관과 협력해 국제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 작가 74명은 각각의 위치와 시점에서 다채로운 시각 언어로 현재(Now)와 ‘이곳(Here)’의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 관람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자세한 내용은 대구예술발전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방성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본부장은 “이번 전시는 지역과 국경을 넘어선 창작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며 “동시대 예술의 확장성과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문화공간 수창청춘맨숀 과거 여행

수창청춘맨숀은 다음 달 29일까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보았을 때’ 전(展)을 개최한다. 이 건물은 대구예술발전소 옆에 있다. 연초제조공장 직원 아파트였던 3층 건물을 청년 작가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했다.

이번 전시는 대구 지역 주요 독립운동사를 중심으로 재조명하고 예술 작품으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마련했다. ‘대구에서 7차례 일어난 독립만세운동과 대구 감옥(형무소)’을 주제로 과거 독립을 갈망했던 이들이 바라던 광복이라는 ‘별’을 오늘의 청년 예술인들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본다. 시각예술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공간은 대구 감옥(형무소)과 3·1운동이 전개된 현장으로 나눠 구성했다. 또 과거의 공간성과 현대적 작품을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관람객이 예술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참여한 청년 예술인들은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날의 감정과 기억 등을 현재의 언어로 풀어냈다. 대한 독립을 향한 그 역사적 순간들이 오늘날의 예술 속에서 어떻게 되살아나는지 느껴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작품을 활용한 ‘기억 퍼즐 완성하기’ 그림 그리기 체험을 상시 운영한다. 전시는 오전 10시∼오후 7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자세한 내용은 수창청춘맨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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