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17일 수원고법 제3형사부(고법판사 김종기·판사 고석범 최지원)는 20대 남성 A 씨의 원심 판결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8년을 선고 했다. 더불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장 존엄한 가치이고 살인은 반인륜적인 범죄로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피해자 유족은 깊은 충격과 고통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범죄에 대한 형벌은 그 책임에 기초하고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장시간 통화한 것을 두고 다투다가 격분해 살해한 것으로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우발적, 충동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동종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위치추적 전자장치가 부과될 예정이라 재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 “피고인을 반드시 사회로부터 영구히 정지해야 교화할 필요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 씨는 2024년 8월 3일 경기 하남시의 주거지에서 “여자 친구가 자해했다. 칼로 가슴을 찔렀다”며 119에 신고했다. 당시 흉기로 가슴 부위에 찔린 상태였던 20대 여성 B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수사 초기 A 씨가 B 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으나, A 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데다 목격자가 없었던 탓에 불구속 입건했다.
이후 B 씨 시신 부검에서 “흉기가 심장을 관통할 정도로 강한 힘이 가해졌다”는 내용의 타살 소견이 나오자, 경찰은 이를 토대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사건 한 달 만인 같은 해 9월 2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A 씨를 체포했다.
A 씨는 체포 당시 술을 마신 채 차를 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A 씨가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둘렀다고 보고 A 씨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살해 과정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다”며 “이런데도 피고인은 범행 후 새 여성을 만나기도 하고 정상적 생활을 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평생 잘못을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수감생활을 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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