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07.17.[광명=뉴시스]
경기 광명시의 10층 짜리 아파트 주차장 화재에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으로 ‘필로티 구조’와 ‘단열재에 의한 유독가스’가 지목됐다.
1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5분께 광명시 아파트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에 불이 났다. 불은 1시간27분 뒤인 오후 10시32분 꺼졌으나 3명이 숨지고 20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42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경상으로 치료받았다.
불이 난 아파트는 대피가 어려운 필로티 구조인 데다, 최초 발화가 있던 1층 주차장 필로티 천장 내부 단열재는 ‘아이소핑크’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소핑크는 불이 잘 붙는 가연성 물질인 데다, 화재로 인해 열분해가 일어날 경우 유독가스를 대량 발생시키는 단열재다.
결국 불이 난 뒤 이 단열재로 옮아 붙었고, 순식간에 대량의 유독가스가 건물을 채운 셈이다. 건물 안에 있던 주민 수십 명은 사방이 뚫린 필로티 건물 안에서 대피를 시도하다가 유독가스를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필로티 구조 화재…“주민들 1층 대피 불가했을 것”
필로티 건물은 구조상 사방이 열려있어 불이 날 경우 공기를 만나 불이 더 커질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입구와 계단을 통해 불과 연기가 빠르게 건물 전체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
이 건물 구조는 다수 사상자를 냈던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2017년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때와 같은 구조다.
특히 이번 화재 경우 주차장에서 불이 시작해 입구를 통해 화염과 연기가 유입되면서 대피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소방 관계자는 “중상자 대부분이 1층과 2층 사이에서 발견됐다”며 “대피를 시도하던 주민들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소방시설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데, 스프링클러나 방화문 설치 기준을 적용받지 않은 건물로 보인다”며 “이런 문제가 건물 전체에 화염과 연기를 확산시킨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유독가스 뿜어내는 단열재, 피해 키웠나
소방당국은 화재 직후 현장에서 누전에 의한 화재로 추정할 수 있는 단락흔을 발견했다. 이 건물 필로티 천장에는 여러 전선 케이블이 고정돼 있고, 거기에 아이소핑크 단열재가 덧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소핑크는 폴리스타이렌 수지를 원료로하는 단열재다. 단열 성능이 높고 무게가 가볍다는 장점이 있으나 불이 붙을 경우 빠르게 타며 대량의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2014년 이후 마감재 등에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됐으나, 이번에 화재가 난 아파트는 2012년 건축허가를 받아 이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단열재 자체가 가연성이 높고 연기가 많이 나오는데, 여기에 필로티 구조가 더해져 건물 전체에 연기가 퍼진 상황일 것”이라며 “대피가 어려운 필로티 건물 내부에 불과 연기가 빠르게 확산한 것이 다수 인명피해 원인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독가스 경우 한 모금이라도 흡입하면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1층으로 대피를 시도하던 저층부 주민 다수가 피해를 입은 것도 이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중상자 대부분이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서 발견됐다.
경기소방 관계자는 “필로티 천장에서 전기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뒤 아이소핑크 단열재를 태우면서 유독가스가 대량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상자 다수가 1층과 2층 사이에서 구조된 것 역시 유독가스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불이 난 아파트는 10층짜리 건물로 45세대, 116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화재로 6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전 11시부터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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