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아파트 화재 3명 사망… “필로티가 아궁이 역할, 불길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9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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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1층 천장서 불나 단열재 확산”
스프링클러 설치 안돼… 67명 사상
“외벽타고 연기 올라가 인명피해 커
필로티 건물 30만채 안전점검 시급”

18일 오전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발생한 이 불로 주민 3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 광명=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8일 오전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발생한 이 불로 주민 3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 광명=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7일 경기 광명시에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파트 화재에서 필로티(기둥만 두고 벽체 없이 개방)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 유입이 원활해 불이 번지기 쉬운 반면 출입구인 1층에서 불이 날 경우 대피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 30만 채가 넘는 필로티 건물의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로 3명 숨져

18일 오전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발생한 이 불로 주민 3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 광명=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8일 오전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발생한 이 불로 주민 3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 광명=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8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10층짜리 아파트의 화재 현장에서는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할 만한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경기소방재난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기관이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결과, 발화 지점이 필로티 구조의 1층 장애인 주차구역 천장 케이블 트레이로 추정된 것이다. 주변에는 단열재 등 불이 잘 붙는 물질이 많아 불길이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누전에 의한 화재에 무게를 두고, 국과수의 정밀 감정 후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판단할 예정이다.

발화 지점인 지상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스프링클러 설치는 관련법에 따라 1990년 6월부터 ‘16층 이상’ 건물에 의무화됐다. 이후 2005년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불이 난 아파트는 10층으로 2014년 7월 준공돼 설치 의무 대상은 아니었다. 불길은 약 1시간 20분 만에 잡혔지만 사망자 3명을 비롯해 중상 9명, 경상 55명 등 모두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재민 30여 명은 현재 광명시민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 화재 시 아궁이처럼 연기 번지고 대피 어려워

필로티 구조는 2000년대 초반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1층 주민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국에 퍼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전국의 필로티 건축물은 총 30만3980동이고, 그중 주거용이 25만7197동이다.

필로티 건물은 구조상 공기 공급이 원활해 화재에 취약하다. 건물 1층에서 불이 날 경우 ‘아궁이 효과’로 인해 연기가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주민들이 연기 흡입 등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차된 차량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작은 불도 크게 번질 수 있다. 이번 광명시 사고 역시 주차된 차량이 연쇄 폭발하면서 불길이 더 커졌다. 게다가 주차장을 거쳐야만 출입구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인 탓에 대피가 어려웠다.

필로티 구조에서 발생한 불이 인명 피해를 키운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시의 한 스포츠센터 8층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는 등 총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선 2015년 1월 한 아파트에서 난 불로 5명이 죽고 125명이 다쳤다. 당시 필로티 구조가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필로티 구조 건물의 화재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관리·감독하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15년 필로티 건물에 가연성 소재 외장재는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법 개정 이전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은 손을 쓰기 어렵다”며 “전에 지어진 건물을 포함해 재료 규제들이 잘 지켜지도록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명 아파트 화재#필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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