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담합으로 회사가 과징금, 벌금을 냈다면 대표이사가 해당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불법행위로 회사가 이익을 봤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덜어줄 수는 없다는 의미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부탄가스 ‘썬연료’ 제조사 ‘태양’의 주주들이 대표이사 현모 씨를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에서 현 씨가 태양에 96억6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태양은 2015년 다른 부탄가스 제조사와 가격 짬짜미를 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59억60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가 태양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법원에서 벌금형 1억5000만 원도 확정됐다. 이에 태양 주주들은 2018년 대표이사가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사적 이익을 취했다며 423억 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냈다.
현 씨는 “담합으로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회사가 과징금·벌금보다 더 많은 이득을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주주들의 손을 들어주며 현 씨의 손해배상액을 95억7600만원으로 산정했다. 2심에서는 손해배상액이 96억6600만 원으로 늘었다. 대법원 역시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불법 행위로 본 이익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주는 것은 오히려 회사의 범죄를 조장하는 격이며, 손해배상 제도의 근본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사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면서 고의·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법령 위반 행위로 인해 회사에 어떠한 이득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이득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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