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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딸에게 불륜 사실이 들통 난 남편이 적반하장으로 아내를 몰아붙였다는 황당한 사연이 공개됐다.
2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10년 차 초등학생 딸 둘을 키우는 여성 A 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 “아빠 바람 피워”…딸이 먼저 말한 충격 고백
A 씨는 “얼마 전 첫째 아이가 남편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이상한 문자 메시지를 봤나 보다. 아빠가 바람이 난 것 같다면서 저한테 알려주더라”고 전했다.
A 씨의 남편은 “아이가 잘못 본 거다”라면서 휴대전화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믿을 수 없던 A 씨는 남편이 예전에 쓰던 휴대폰을 꺼내봤고, 그 안에는 남편과 회사 여직원이 주고받은 통화 녹음이 있었다.
휴대전화에는 성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했고 누가 들어도 그냥 동료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내용이었다고 한다.
■ 등교 거부하는 딸…남편은 “네 탓” 되레 비난
A 씨는 “그날 이후 아이도 배가 아프다면서 학교를 안 가려고 했고 지각하는 날이 많아졌다. 남편은 그 이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모든 게 제 탓이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보고 엄마 자격이 없다고 타박하더라. 하루하루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아이들을 돌볼 힘도 없어져서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정신과를 찾았다”고 털어놨다.
A 씨는 급성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은 딸 역시 우울증일 가능성이 있다며 심리 검사를 권유했다.
A 씨는 “지금 제 심정은 남편이 저한테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다시는 그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고만 해준다면 꽉 막힌 가슴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다”고 했다.
■ “부부라도 사생활은 있다”…남편, 되레 경찰 신고 운운
그러나 남편의 태도는 싸늘했다. A 씨에 따르면 남편은 “부부 사이라도 사생활은 존중해야 한다”, “네가 몰래 내 휴대전화 본 거 다 알고 있다. 그거 불법이다. 경찰에 신고할 거다”라면서 발뺌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 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저는 이혼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는 못 살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 전문가 조언 “녹음 파일 열람은 불법 아냐…추가 증거 확보 필요”
방송에 출연한 박경내 변호사는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몰래 보는 건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 소지가 있지만, 이미 저장된 녹음 파일을 확인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정행위는 이혼 사유가 맞지만 남편이 부인하면 아이 진술만으로는 입증이 어렵다”며 “과거 남편과 여직원의 통화 녹음, 통화 내역 등 추가 증거를 확보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우울증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 이혼 소송에서 불리해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배우자의 외도 때문이라면 상대방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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