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비상 대응 체계 구축
드론-지리정보시스템 등 활용해
충남 보령댐-경남 남강댐 등 20곳
수위 계산 후 최적의 방류량 도출
17일 오후 7시 충남 보령시 미산면 보령댐에서 방류를 실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초당 200t을 방류 했다. 16∼20일 전국 곳곳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17일 충남 보령시 미산면 보령댐. 전날부터 쏟아진 폭우로 일대에는 330mm가 넘는 비가 내렸고 댐 수위는 갑자기 5.9m나 올랐다. 하지만 보령댐은 수문을 열지 않았고 이날 오후 3시에야 개방해 초당 50∼300㎥의 물을 쏟아냈다. 하류 하천은 최대 2.1m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별다른 수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방류는 20일 0시 끝났다.
한국은 국토 63%가 산악지형이라 경사가 급하고 하천 길이도 짧아 단시간에 물이 도시로 유입될 수 있다. 강수량의 55%가 여름에 집중돼 물 관리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국내 다목점댐은 대부분 수십 년 전 강수량을 분석해 건설됐다. 양동이로 쏟아붓는 것과 같은 괴물 폭우로 대표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디지털 물 관리’로 댐 활용을 극대화해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전 방류로 3배 넘는 담수량 확보
16∼20일 전국 곳곳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며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는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급류와 산사태 등으로 2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경남 진주시 판문동 남강댐에서는 나흘 동안 529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25mm의 비가 6시간 이어졌고 댐에 최대한 물을 담아 둘 수 있는 수준인 계획홍수위 아래 27cm까지 물이 차올랐다. 남강댐은 17일 오후 7시 20분부터 담수량을 조절하기 위해 초당 2000㎥의 물을 방류하기 시작했고 점차 방류량을 줄여 21일 오전 3시 25분에는 초당 350m³까지 감소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20개 다목적댐 중 18개 댐은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번 폭우에서 수문을 아예 열지 않았다. 수문을 개방한 보령댐과 남강댐도 하류 상황을 고려해 방류량을 조절했고 댐 유역에는 커다란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나흘 동안 20개 다목적댐에 유입된 물은 19억4000만 m³에 달했다. 남강댐과 부안댐은 홍수기 제한 수위를 넘겼다. 보령댐도 제한 수위 2m 아래까지 물이 차올랐다. 보령댐과 남강댐은 물 5억2000만 m³를 흘려보냈고 나머지 18개 댐은 폭우 기간이 끝날 때까지 유입된 물을 모두 안에 저장했다. 보령댐의 경우 가장 물이 많이 유입되는 시점에는 수문을 열지 않았고 남강댐은 현지 사정을 고려해 22% 정도만 방류했다. 남강댐 방류는 한때 설계기준으로 수용 능력의 1.6배가 넘는 초당 1만6951m³의 물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는 올해 홍수를 대비해 지난해보다 더 많은 담수량을 확보했다. 폭우 직전에 홍수기 제한 수위를 10m 더 낮췄고 5억6000만 m³의 용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런 노력으로 올해는 설계 당시 가능한 홍수 조절 최대 용량인 21억8000m³의 3배 수준인 68억4000만 m³의 물그릇을 확보했다. 잠실 롯데타워(148.1만 m³)를 약 4600회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갑작스러운 폭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홍수기에 최대한 물그릇을 비워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했다”고 말했다. 20개 다목적 댐의 평균 저수율은 폭우가 시작되는 16일 46.6%에서 21일 58.3%로 증가했다.
● 더 정밀하게 홍수 예상 시뮬레이션
공사는 5월 물관리 종합상황실을 중심으로 비상 대응 체계에 들어갔다. 폭우 상황을 가상해 위기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활용했다. 디지털 트윈은 드론, 지리정보시스템, 강수량, 댐 수위 등을 실시간 확인하고 위험 상황을 예측해 효율적으로 물 관리를 하는 시스템이다.
일단 강수량 등 기상상황에 따른 댐 최고 수위를 예측했다. 강수량은 순간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분 단위로 유입량을 계산하고 이에 따른 시나리오 48개를 만들었다. 아울러 댐 방류에 따른 하류 지역 영향까지 고려한 과학적인 홍수 조절에 나섰다. 실시간 기상 예보로 홍수 영향권을 분석하고 댐 유역을 가상현실로 구현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류량을 도출했다. 하천 제방과 도시 배수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업도 강화했고 재난 문자 등 전파 체계도 잘 가동될 수 있도록 점검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극심한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발생하는 상황에서 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하류의 상황을 손바닥처럼 정밀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며 “관측과 모형 자료들을 디지털화한 디지털 트윈 모델은 상당히 효용성이 큰 대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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