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3 국어 기초학력 역대 최악…‘코로나 영상 수업’ 부작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2일 14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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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2 대상 학업성취도 평가
국어 미달비율 9.7%로 역대 최대
코로나 터졌을 때 중학교 입학한 세대
대화보다 디지털기기 친숙해진 영향도

뉴시스
지난해 중3과 고2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1명은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국어 기초학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고2 학생 중 국어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비율은 역대 최고를 나타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중학교에 입학한 고2는 학교 대면 수업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교과서 보다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지며 문해력과 사고력이 저하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국영수 보통학력 이상 비율,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아

21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2 학생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1수준) 비율은 9.3%로 전년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학업성취도평가가 표본 평가로 전환한 2017년 이후 역대 최대 비율이다. 2017년 5.0%, 2018년 3.4%, 2019년 4.0%로 감소하다가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6.8%로 올라간 뒤 매년 7.1%, 8.0%, 8.6%, 9.3%로 상승 중이다.

지난해 중3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0.1%로 전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역대 2번째로 높은 비율로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6.4%)보다도 나빴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중3과 고2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한다. 전수조사에서 2017년부터 표본평가로 바뀌었고 지난해 중3과 고2의 3.4%인 2만7606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4단계 성취 수준 중 가장 낮은 ‘1수준(기초학력 미달)’은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교육과정의 20% 정도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통용된다.

2020년 중학교에 입학한 지난해 고2는 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단절된 것이 국어 성취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책과 교과서를 소홀히 하고 휴대전화 등 영상에 익숙해지며 문해력과 사고력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특히 국어 성취도 저하가 수학과 영어 성취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문해력 저하로 수학의 문제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영어의 한글 해석에 미숙한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3과 고2 ‘보통 학력(3수준)’ 이상 비율은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코로나19 때와 비교해 최대 15%포인트 넘게 낮았다.

교육 현장에서는 코로나19로 문해력과 사고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학교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는 흐름이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의 한 고교 교사는 “코로나19 때 학생들이 (학교에서) 단절되며 책 등을 읽는 기회가 없어졌는데, 디지털기기에 더 매몰되는 게 문제”라며 “과거엔 예를 들어 훈민정음을 공부할 때 학생이 직접 쓰며 외우고, 이해했는데 요즘은 유튜브 영상으로 수업하고 넘어가니 스스로 생각할 기회가 사라진다”고 했다.

국어의 보통학력(3수준) 이상 비율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은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해당 비율은 중3이 66.7%로 2023년(61.2%)보다 상승했지만 여전히 2020년(75.4%)보다 크게 낮다. 고2 역시 지난해 54.2%로 2020년(69.8%)보다 낮은 상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짧은 영상에 익숙해 긴 글 읽는 것 자체를 버거워하고 중간중간 어려운 단어 나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며 “책을 읽고 여러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문맥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코로나19로 대면 수업과 대화가 단절됐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국어 이해 부족이 수학, 영어 성취도에도 악영향

교사들은 국어 이해 부족이 다른 과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고교 영어 교사는 자신이 영어 교사인지 국어 교사인지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그는 “영어 지문이나 단어를 한글로 설명해 주면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한글 낱말의 뜻을 설명해줘야 한다”며 “‘이타적’, ‘경직’과 같은 단어 뜻도 모른다”고 했다. 또 다른 수학 교사는 “예전에는 문제를 풀지 못해도 문제에서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는 이해했는데 이제는 두 줄이 넘는 문제를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해 풀려는 시도조차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평가원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날 교육부는 중3의 국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전년보다 5.5%포인트 증가한 것과 고2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4.0%포인트 감소한 것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밝혔다. 평가원 관계자는 “표집평가라 단순한 수치 차이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전 총장은 “공부의 연속성이 중요해 기초가 안 돼 있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며 “정부가 기초학력을 보완하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학업 동기를 부여할 상담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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