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결핍은 4000명 중 한 명꼴… 무분별 처방 자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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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영 바른성장클리닉 원장이 말하는 ‘성장호르몬 주사’ 오해와 진실
영양-호르몬 결핍 등 질환 파악해… 저성장인 경우에만 주사치료해야
1년에 4㎝ 이상 안 자라면 의심을… 성장판 닫히기 전에 시작해야 효과
숙면-운동-영양, 성장에 중요 요소

11일 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원장이 인천 남동구에 있는 진료실에서 성장기 아동의 성장호르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제공
11일 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원장이 인천 남동구에 있는 진료실에서 성장기 아동의 성장호르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제공
“성장호르몬 주사로 키가 크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아동과 시기가 따로 있는 만큼 호르몬 주사 치료는 신중히 해야 합니다.”

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원장(상원의료재단 이사장)은 11일 인천 남동구 진료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키 크는 주사’로 오해하는 것은 금물이다. 성장호르몬 결핍이 아닌 어린이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히는 것은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원장은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인천힘찬병원 바른성장클리닉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 처방이 크게 늘었다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고서가 있었는데….

“성장호르몬 결핍 빈도수에 관한 해외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대략 4000명 중의 한 명이라는 보고서가 있다. 사실상 굉장히 드문 질환이다. 그 얘기는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가 그렇게 많이 쓰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에 대한 비급여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는 내분비내과 의사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데 일반 의원에서 성장호르몬 주사만을 무분별하게 비급여 처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장호르몬 주사가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와 시기가 있는지.

“다양한 검사를 통해 병적인 저신장을 가려내야 한다. 영양과 호르몬 결핍 등을 파악해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자궁 내 성장 지연으로 인한 부당경량아, 만성신부전, 터너증후군, 유전자 염색체 이상 등 병적인 질환으로 인한 저성장에 해당하면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질병으로 인한 저신장증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정상적으로 성장을 못 하는 저신장을 일종의 질병으로 보는데 그 기준은….

“일반적으로 출생 후 1년 동안 20∼30cm 자란 후, 두 돌까지 1년간 약 12cm, 이후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는 매년 5∼6cm, 사춘기 시작 후 급성장기에 7∼12cm 자라다 성장판이 닫히면서 더 이상 키가 크지 않는다. 남성은 14∼16세, 여성은 12∼14세에 성장판이 닫힌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00명 중 3번째 미만의 저신장인 경우와 또래보다 10cm 이상 키가 작은 경우, 그리고 1년에 4cm 이상 자라지 않는 아동은 저신장에 해당한다.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는데도 키가 작은 경우 성장 발달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인 아동에게 지속해서 주사를 맞힐 때 부작용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다 온 아이들을 보면 효과를 봐야 하니까 많이 맞고 오는 아동들이 꽤 있는 편이다. 당뇨 주사인 인슐린을 환자에게 맞힐 때는 범위 안에서 혈당이 조절되어야 한다는 개념이 있다. 마찬가지로 성장호르몬 주사도 범위 안에서 조절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놓으면서 키만 재서는 안 되고 모니터링을 꾸준히 한다. 인천힘찬병원 바른성장클리닉에서는 주사 치료를 하면서 이게 효과가 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혈액검사를 하면서 지속해서 모니터링을 한다. 일반적인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부작용이라고 하면 초기에는 주사 맞는 부위가 가렵거나 불편이 있을 수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혈당이나 갑상샘 호르몬 변화도 있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척추의 측만증이 생길 수 있는데 용량만 잘 맞춘다면 큰 부작용은 없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과 성공 사례는….

“강원도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인데 한 해에 키가 2∼3cm도 안 컸다. 여학생은 경기와 서울 지역 대학병원에서 검진과 치료를 받았다가 우리 병원을 방문했는데 저혈당 유발 검사 후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최종 진단됐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현재 키도 커졌고 건강한 체형을 만들어 가고 있다. 충남에 거주하는 초등 5학년 여학생도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너무 작아 우리 병원을 찾았는데 성장호르몬 약물 자극검사와 성장호르몬 뼈 나이 인공지능(AI) 분석기를 통해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어리다는 것을 파악했다. 현재 급여 성장호르몬 주사제 처방을 받아 처음 병원에 왔을 때보다 키가 많이 커졌다.”

―키가 정상적으로 크기 위한 요건은….

“숙면, 운동, 영양이 중요하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것도 키를 크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수면은 양보다 질이다. 성장호르몬은 하루 분비량의 3분의 2가 잠자는 동안 분비되는데 숙면 시에 더 많이 분비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성장판에 자극을 줘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 체력에 맞게 빨리 걷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나 줄넘기, 농구, 배구 등의 운동은 뼈를 강화하고 성장판을 자극하는 운동으로 추천한다. 튼튼한 뼈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칼슘이 풍부한 유제품과 비타민D를 잘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다. 성장호르몬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함유된 단백질도 꾸준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성장호르몬#저신장#성장판#부작용#내분비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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