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마을교육공동체 협의회 관계자들이 16일 경남도의회에서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사업(미래교육지구 사업)’ 예산 전액 삭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남마을교육공동체 협의회 제공
경남도교육청이 추진하던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사업(미래교육지구 사업)’이 경남도의회의 추가경정예산 삭감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도의회를 비판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해 해당 사업 예산 전액인 69억 원을 삭감하고 관련 조례를 폐지한 데 이어, 올해도 관련 예산을 모두 삭제했다. 도의회는 17일 제42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미래교육지구 사업 예산 32억8700만 원 전액을 삭감한 2025년 제1회 경남도 교육비 특별회계 추경안 수정안을 가결했다. 교육청 소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조례가 이미 폐지된 점 등 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예산 전액 삭감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표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류경완(남해) 의원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공동 노력이 좌초될 위기”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국민의힘 노치환(비례대표) 의원은 “도교육청이 상임위와 소통 없이 예산을 재편성해 제출함으로써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이 조례는 학교, 마을,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2021년 제정됐다. 지역 소멸에 대응하고 마을이 함께 학생을 키운다는 내용으로, 전국 43곳의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유사 조례를 두고 있다.
경남도의회는 국민의힘 주도로 지난해부터 사업에 제동을 걸어왔다. 지난해 말 조례를 폐지한 데 이어, 올해 본예산에 포함된 사업비도 전액 삭감하면서 미래교육사업이 결국 중단됐다. 도의회는 사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이 있다며 폐지 사유를 제시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마을강사의 정치적 중립 서약 등을 포함한 운영 쇄신안을 마련하고 도의원 설득에 나섰지만, 조례 폐지를 막지 못했다.
조례 폐지안에 대한 도민 의견 제출 결과, 1만7307명 중 찬성은 5176명(29.9%), 반대는 1만2131명(70.1%)이었다. 도의회 정당별 의석수는 국민의힘 60명, 더불어민주당 4명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이 보수 성향 단체 및 유권자들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례 폐지에 이어 본예산과 추경예산까지 모두 삭감되면서 경남 교육 현장의 혼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대법원에 조례 폐지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박 교육감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이번 마을교육공동체와 예술강사들의 활동에 대한 도의회의 판단이 아쉽다”며 “말없이 지켜보고 계신 다수의 학부모와 도민, 유권자, 아이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해야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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