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을 맞아 식중독 위험이 늘고 있다. 짧은 장마 후 폭염이 지속되면서 기온, 습도가 올라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개인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식재료 관리에 부주의 할 경우 식중독균이 빠르게 증식해 식중독 위험이 높아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캠핑 등 야외활동을 할 때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수칙인 ‘손보구가세’ 실천을 당부했다. ‘손보구가세’는 손 씻기, 보관, 구분, 가열, 세척 및 소독 등 5대 예방수칙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슬로건이다.
● 고온다습한 여름철 식중독 주의보
식중독은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기간에 환자가 크게 증가하는 대표적인 여름철 질환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식중독 환자는 7592명이었고 이 중 2930명(38.6%)이 7, 8월 발생했다. 그러나 폭염이 일찍 찾아온 올해는 5월에만 1492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름철에는 주로 세균성 식중독이 발생한다. 세균성 식중독은 살모넬라균, 병원성 대장균, 캠필로박터 제주니 등이 감염돼 발생하며 구토, 복통, 발열, 설사 등이 나타난다. 살모넬라균 감염은 달걀말이, 달걀지단 및 김밥, 도시락 등 조리 식품이 주요 원인이다. 병원성 대장균은 가열해 조리하지 않고 섭취하는 생채소와 육류 등에서 발생했으며, 캠필로박터 제주니는 가금류에 의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 식중독은 음식점이나 학교 급식 등 음식을 대량으로 조리하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지난해 7, 8월 발생한 식중독 환자 2930명 중 학교에서 발생한 경우는 667명(22.8%), 음식점은 659명(22.5%), 학교 외 집단급식은 313명(10.7%)으로 나타났다.
● 30초 이상 손 씻고 음식 보관법 지켜야
식중독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 수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음식을 만들거나 먹기 전에 비누 등 세정제를 이용해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야 한다. 화장실을 이용한 다음이나 달걀, 고기 등을 만진 뒤에도 손을 씻는 게 좋다.
음식 보관온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냉장식품은 5도 이하, 냉동식품은 영하 18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 캠핑장이나 숙박시설 등에 머물 경우 식재료를 아이스박스나 아이스팩 등을 사용해 차갑게 보관해야 한다. 조리한 음식은 가능한 2시간 이내에 섭취하고, 조리한 뒤 바로 먹지 못한 음식은 아이스박스 등을 사용해 보관하는 게 좋다. 먹고 남은 음식물은 즉시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식재료는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소고기, 닭고기 등 생고기는 다른 식재료와 접촉해 교차 오염되지 않도록 이중 포장하거나 별도 아이스박스에 보관하는 게 좋다. 만약 아이스박스가 하나밖에 없다면 채소나 과일 등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은 위에, 고기류는 아래에 두는 게 안전하다. 도마와 칼도 채소용, 고기용, 어류용 등 식재료별로 구분해 사용하면 교차오염을 막을 수 있다. 조리도구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채소, 고기류, 어류 순으로 사용한다. ● 계곡물에 과일 담그면 미생물 오염 가능성
식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고기를 완전히 가열해 익혀 먹어야 한다. 식약처는 소고기, 닭고기 등은 중심온도 75도, 1분 이상 가열하라고 권장했다. 중심온도는 내부에서 가장 늦게 상승하는 지점의 온도를 말한다. 어패류는 중심온도 85도, 1분 이상 가열하는 게 안전하다. 식수는 생수 또는 끓인 물을 마시는 게 좋다.
달걀은 가급적 노른자와 흰자가 모두 단단할 때까지 익혀야 한다. 닭의 분변이 달걀 껍질에 묻어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달걀은 껍질이 깨지지 않은 신선한 상태를 선택해 구매하고, 구입한 뒤 즉시 냉장고에 넣어 다른 식재료와 닿지 않게 보관해야 한다. 김밥처럼 달걀을 포함한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은 위생장갑을 수시로 바꾸면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식재료와 조리기구는 깨끗이 세척하고 소독해야 한다. 칼, 도마 등 조리기구는 열탕 소독하거나 살균·소독제를 사용해 세척하고, 달걀물에 사용하는 용기나 조리기구는 주기적으로 세척·소독하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시원하게 먹기 위해 계곡물에 담가 둔 채소나 과일은 미생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가급적 계곡물에 넣어두지 말아야 한다. 만약 계곡물을 사용했다면 반드시 깨끗한 수돗물로 세척한 뒤 섭취해야 한다.
휴가지에서는 위생상태가 우수하다고 인정된 위생등급 지정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외에서 배달·포장 음식을 먹을 때는 남기지 않도록 먹을 만큼만 주문하고, 용기나 포장이 오염되거나 손상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해외여행에서는 샐러드, 생과일주스 등 가열하지 않고 섭취하는 음식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구토나 복통 등 식중독 증상이 발생한 경우 가까운 병·의원을 방문해 의료진의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중독은 발열, 설사 등을 동반하는데 환자가 원인이 식중독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증상이 발현되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