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액의 수술비를 받고 36주 차 태아에 대한 임신 중절(낙태) 수술을 진행한 의사, 산모 등을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정현)는 80대 산부인과 원장 윤모 씨와 60대 대학병원 의사 심모 씨, 이들에게 낙태 수술을 받은 20대 유튜버 권모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6월 권 씨는 유튜브에 자신이 낙태 수술을 받는 내용의 브이로그를 올렸다. 이 영상 이후 보건복지부는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수사 끝에 이들을 이달 초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입원실, 수술실, 회복실을 폐쇄하는 변경 허가를 받은 뒤에도,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입원실 3개와 수술실 1개를 불법으로 운영했다. 윤 씨는 이 기간에 브로커 2명으로부터 낙태수술이 필요한 산모 527명을 알선받아 고액의 수술비를 받고 낙태 수술을 진행했다. 윤 씨가 취득한 수술비는 14억6000만 원에 달한다. 심 씨는 고령으로 수술을 집도할 수 없게 된 권 씨 대신 수술을 진행했다.
이들의 범행은 임신 36주 차 산모였던 권 씨가 유튜브에 ‘총 수술비용 900만 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영상을 게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윤 씨는 권 씨가 사산한 것처럼 건강 상태를 허위로 기재했고, 낙태 수술이 이뤄진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태아를 미리 출산시킨 뒤, 사각포로 태아를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했다.
검찰은 유튜브 영상이 논란이 되자 윤 씨가 낙태 수술로 사망한 아이의 사산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 화장대행업체, 화장시설 등에 행사했다고 보고 허위진단서 작성·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윤 씨가 낙태 수술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심 씨는 수술 건당 수십만 원의 사례비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범죄가 낙태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을 악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임신 24주 이후 낙태는 불법이지만, 2019년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서다. 검찰 관계자는 “입법 시한이었던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의사 낙태에 관련한 처벌 규정은 입법 공백 상태”라며 “생명을 경시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범행으로 얻은 수익금 전액이 추징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