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한국근대문학관, 고소설 역사 확인하는 기획전 열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8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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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관 직원이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 코너에서 관람객들에게 조선후기 우화소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내년 5월까지 열린다. 한국근대문학관 제공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국근대문학관이 지난달 27일부터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를 주제로 기획전시회를 열고 있다. 2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 가운데 고소설 64점과 ‘딱지본’ 소설 17점을 볼 수 있다. 딱지본은 표지를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게 채색한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근대 소설 읽기를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1부의 주제는 ‘시간을 거슬러, 이야기책 전성시대’다.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고소설인 ‘홍길동전(1857년 발행 추정)’이 전시된다. 고소설의 대중화와 함께 유행했던 방각본(坊刻本) 소설들도 전시된다. 민간업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목판에 글을 새겨 싼값에 찍어낸 것으로 구운몽과 심청전, 삼국지 방각본을 통해 당시 인쇄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옥루몽’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을 통해 당시 고소설의 인기를 확인하게 된다.

고소설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전기수(傳奇叟)’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심청전·홍길동전·춘향전 같은 이야기를 돈을 받고 낭독해 주던 전문 이야기꾼이다. 전기수가 즐겨 낭독했던 작품 가운데 삼국지의 일부를 발췌해 고쳐 쓴 ‘화용도’와 애정소설의 대표작인 ‘숙향전’을 감상할 수 있다.

손으로 직접 쓴 필사본 고소설 ‘강릉추월’을 전시한다. 문학관이 소장한 한글 필사본 중에서도 특히 미려한 필체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별해 전시한다. 이밖에 고소설이 근대에 널리 읽힌 것을 보여주는 ‘유충렬전’과 조선 후기의 대표적 영웅소설 ‘장풍운전’, ‘기담수집’, ‘기문총화’, ‘태평광기’ 등을 볼 수 있다.

‘K-STORY, 다채로운 드라마, 여기 다 있었네’가 2부의 주제다. 고소설을 장르로 구분해 7개 코너로 꾸몄다. ‘인공지능(AI)이 그린 옛 이야기책 속 세상’ 코너에서는 구운몽과 박부인전, 숙향전의 한 대목을 AI 기술을 통해 재해석해 보여준다. 사랑을 주제로 쓴 고소설이 전시된다.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가 들어 있는 ‘상사동기’를 만날 수 있다.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를 보여주는 우화소설도 소개한다. 장끼와 까투리의 이야기를 담은 ‘장끼전’과 두꺼비와 여우의 대립을 다룬 ‘둑겁전’ 등을 통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유행했던 영웅소설과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임정기’ 등 역사소설도 감상할 수 있다. 현대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사랑과 질투, 복수를 다룬 소설을 전시하는 코너도 있다. 남편을 대신해 옥에 갇히는 ‘곽씨열녀전’을 비롯해 계모와 전처 자식의 갈등, 부자와 형제가 얽힌 가문의 갈등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문학관이 소장한 고소설 자료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AI 전기수가 읽어주는 고전소설, AI를 활용한 고소설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고소설 속 장면을 활용한 엽서와 책갈피 만들기에 참가할 수 있다.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없다.
#인천문화재단#한국근대문학관#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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