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성자’ 빈민 구호 힘쓴 日 노무라 목사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8일 14시 48분


코멘트

소녀상에 무릎 꿇고 사죄도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눈물 흘린 노무라 모토유키 씨 가족. 푸르메재단 제공.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눈물 흘린 노무라 모토유키 씨 가족. 푸르메재단 제공.


‘청계천 빈민의 성자’로 불리며 한국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평화의 소녀상’에 무릎 꿇고 사죄한 일본인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 씨가 이달 2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

28일 푸르메재단에 따르면 노무라 목사는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고 지난달부터 입원해 치료받다가 별세했다.

노무라 목사는 1958년 한국에서 일제의 식민 통치와 6·25 전쟁의 참상을 겪은 뒤 1973년 한국을 다시 찾아 본격적인 사회운동을 벌였다.

당시 노무라 목사는 청계천 빈민가 구호를 위해 어머니가 물려준 도쿄 자택까지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 노무라 목사가 당시 이를 위해 지원한 돈은 8억 원에 달했다.

노무라 목사는 구호 활동과 함께 청계천, 동대문 시장, 구로공단 등 한국을 돌며 찍은 사진 2만 점을 2006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특히 2012년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무릎을 꿇고 일본의 과거에 대해 사죄해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여러 차례 살해 협박을 받았다.

2009년부터는 푸르메재단을 매년 찾아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을 기부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원했다.

(왼쪽부터) 고 노무라 모토유키 씨, 부인 요리코 여사, 며느리 미나 씨, 아들 마코토 씨. 푸르메재단 제공.
(왼쪽부터) 고 노무라 모토유키 씨, 부인 요리코 여사, 며느리 미나 씨, 아들 마코토 씨. 푸르메재단 제공.


노무라 목사의 아들도 한국에서 빈민가 지원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아들 마코토 씨는 아버지와 함께 2009년부터 매년 푸르메재단에 장애어린이를 위한 칫솔을 제작해 보내고 있고 2010년에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서울 용산의 한 중증 장애인 시설에서 치과 봉사도 했다.

마코토 씨는 2015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970년대 초반 한국을 찾았을 때 아버지는 파고다공원(탑골공원) 제암리교회 같은 곳만 데리고 다니며 일본이 한국에 어떤 일을 했는지 설명해 주셨는데 어린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고 했다.

노무라 목사도 생전에 “아들 내외가 한국 어린이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