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신임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2025.7.21. 뉴스1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배임죄 사건을 수사할 때 공직과 기업사회의 위험 기피 현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29일 지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공직자들의 의욕을 꺾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직권남용죄에 대한 개정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실무 지침을 내린 것이다.
정 장관은 이날 대검찰청에 ‘공직수행 및 기업 활동 과정에서의 의사 결정에 대한 사건 수사 및 처리 시 유의사항’ 공문을 보내 이런 지시를 내렸다. 정 장관은 “사건 관계인의 진술을 충분히 경청하고, 축적된 판례에 비추어 관련 증거와 법리를 면밀하게 판단하라”며 “수사 단서 자체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속히 사건을 종결하라”고 했다.
정 장관은 이같은 지시 배경에 대해선 “공직을 수행할 때의 정책적 판단을 사후적으로 엄격히 평가해 직권남용죄를 의율(적용)하거나, 기업경영상의 전략적 결정을 광범위하게 배임죄로 수사·기소해 공직과 기업사회의 위험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공무원들의 소극 행정을 유발해 국민을 위한 창의적 업무 구현을 가로막을 수 있고 기업 측면에선 경영 위축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이 이날 직권남용과 배임죄 수사에 대해 신중히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건 정부와 여당이 관련법을 개정하는 데 시일이 걸리는 만큼 과도기인 현시점에서 검찰이 더 신중히 수사해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직권남용이나 배임 혐의 수사는 공직자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한 만큼 검찰이 법리 및 증거상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 사건은 신속하게 종결하고, 혐의가 어느 정도 성립한다고 판단되면 ‘외과 수술’처럼 핀포인트로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지시는 정 장관의 두 번째 공개 지시다. 그는 21일 취임하면서 다른 검찰청에서 수사와 기소를 담당했던 검사가 공판까지 맡는 구조를 두고 “전수조사를 하고 파견검사들의 원대복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한 국정농단·적폐청산·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사실상 사문화돼 있던 직권남용죄는 윤 전 대통령이 수사팀장이었던 국정농단 특검이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 등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급 이상 공직자들을 기소하면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검찰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보수 정권 핵심 인사들을 기소했고, 윤석열 정부 시절 ‘통계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기소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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