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가 24일 전남 나주시청 앞에서 ‘벽돌공장 비닐 묶음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피해자 A 씨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심경을 밝히는 모습. 독자 제공
“빨리 잊고 싶습니다.”
전남 나주시의 한 벽돌공장에서 벽돌 더미와 함께 비닐에 묶여 지게차로 옮겨지는 인권 유린을 당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 씨(31)는 29일 이렇게 말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50대 지게차 운전자 B 씨 등 한국인 벽돌공장 관계자들에게 ‘민·형사상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며 합의서를 써줬다.
특히 A 씨는 B 씨와 벽돌공장 사업주 등 관계자 3명에 대해 경찰에 선처를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전남경찰청은 B 씨 등을 특수감금, 특수폭행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억울한 일을 겪은 A 씨는 더 이상 벽돌공장과 연결되지 않고 평범한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벽돌공장 사업주 등은 A 씨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취업 알선 등 실질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올 2월 근무 중 비닐 랩으로 벽돌에 결박된 뒤 지게차에 매달려 약 30분 동안 끌려다니는 가혹행위를 당했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동료에게 일을 잘 가르치라고 했는데 A 씨가 피식 웃어 그런 행동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이달 말 A 씨가 스리랑카 출신 노조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공론화하면서 알려졌다. A 씨의 누나와 약혼녀는 가혹행위 장면이 담긴 58초 동영상을 보고 슬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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