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나를 함정에 빠뜨려” 진술
가정불화 아닌 ‘외톨이’ 고립감 결론
경찰은 인천 송도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34)을 살해한 조모 씨(62)가 망상에 빠져 범행했다고 결론지었다.
인천경찰청은 29일 브리핑을 열고 “조 씨가 주장한 범행 동기인 가정불화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조 씨는 스스로 외톨이라는 고립감에 사로잡혀, 가장으로서의 자존감을 상실한 끝에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이혼 이후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해 왔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조 씨에게 지속해서 생활비와 대학원 등록금, 아파트 관리비 등을 지원해 왔고, 연락도 꾸준히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와 전처는 25년 전 이혼했지만, 당시 어린 아들을 위해 결혼할 때까지 함께 생활했다. 이후에도 피해자 측은 생일을 챙기고 경제적으로 도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조 씨가 주장한 ‘가족 간의 갈등’이나 ‘버림받았다는 느낌’은 현실과 맞지 않으며, 이는 조 씨가 형성한 주관적 망상에 가깝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조 씨는 조사 과정에서 “다른 가족들이 짜고 나를 셋업했다(함정에 빠뜨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 씨가 지난해 8월부터 사제 총기 제작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 온 점, 자신의 집에서 직접 만든 총기의 성능을 시험해 본 점 등을 근거로, 조 씨가 수개월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조 씨를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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