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폭염에 빨리 받고 싶지 않아”…로켓·총알 쏘지 않는 ‘미닝아웃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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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휴게 시간 없는 택배 업계 노동 환경에 소비자들 문제의식 느껴
“기업도 소비자 행동에 호응하는 의미로 대책 실천하는 노력 보여야”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센터 내부 온도가 31도를 가리키고 있다. 2025.7.9/뉴스1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센터 내부 온도가 31도를 가리키고 있다. 2025.7.9/뉴스1
“나의 편리함에 타인의 노동력이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사실이 눈물 나.

그렇게까지 착취해서 빨리 받고 싶지 않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주말 택배와 당일 배송을 일부러 피해서 주문하고 불매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 달 이상 쿠팡의 로켓배송 불매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30일 뉴스1 취재 결과 최근 일각에서 택배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우려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불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소비자가 자신의 편리함보다 노동 현장의 윤리를 우선시하는 ‘미닝 아웃’(개념소비)이다.

비단 온라인상에만 존재하는 움직임이 아니다. 직장인 정 모 씨(30대) 역시 “새벽 배송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는 설정을 바꿔 일반배송으로 주문하는 편이다. 급하게 필요한 것이 아니니까 급하게 배송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작가로 활동하는 A 씨 역시 “값을 지불하면 언제 어디서든 노동력을 부릴 수 있다는 생각이 좀 불편하다”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하고 논리적이긴 하지만 로봇이 전달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 뒤편에 있는 인간의 노동력을 모른 척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잇따른 노동자의 사망은 소비자들의 마음에 부채로 쌓였다. 지난해 5월 남양주에서는 41세 택배 노동자 정슬기 씨가 과로로 사망한 데 이어 올해는 소위 ‘괴물 폭염’이 한반도를 덮친 이달 4~8일 사이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 3명이 연이어 숨졌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서울 시내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택배 분류 작업 중 땀을 닦고 있다. 2025.7.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서울 시내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택배 분류 작업 중 땀을 닦고 있다. 2025.7.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인명피해가 발생해도 현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기 어렵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와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택배사는 폭염 피해 예방조치를 시행했지만 쿠팡만 조치하지 않았다”며 “에어컨도 없는 작업환경, 폭염·심야 노동 등 기본적인 근무 환경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 급기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 물류센터 지부 쿠팡 물류센터지회는 오는 8월 14일을 ‘로켓배송 없는 날’로 선포하고 1·15일 파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나타난 로켓 배송 불매에 대해 “내 육신의 편리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한 소비라고 볼 수 있다”라며 “과거 나이키가 아동 노동자를 저임금 고용한 사실이 알려지자 불매 운동이 일어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가 이런 (불매) 소비 행위를 하기 이전에 사업자가 먼저 자발적으로 개선하면 바람직하겠지만 거창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소비자들의 행동에 호응하는 의미로 대책을 제시하고 실천한다면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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