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새 두견이, 제주↔아프리카 2만7340㎞ 왕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0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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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이동 경로 확인

여름에 찾아오는 철새 두견이가 겨울을 보내기 위해 한반도에서 2만7340㎞ 떨어진 아프리카까지 다녀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 철새는 남쪽에서 봄에 한반도로 찾아와 번식하고 가을에 다시 이동하는 새다.

30일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국내에서 번식한 두견이가 아프리카 모잠비크로 이동해 겨울을 보낸 뒤 이듬해 되돌아온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견이의 이동 거리는 2만7340㎞로 지구 둘레(약 4만㎞)의 70%에 육박한다.

두견이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약 28㎝, 날개를 모두 폈을 때 가로 길이는 약 45㎝, 몸무게는 약 60g인 작은 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만 산다. 섬휘파람새 등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고 자신의 새끼를 기르게 하는 ‘탁란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5월 제주에서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두견이 2마리는 같은 해 8, 9월 제주를 떠나 서쪽으로 향했다. 이후 중국 인도 스리랑카를 거쳐 지난해 12월 초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건넜으며 같은 달 말 아프리카에 도착했다.

한 마리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겨울을 난 뒤 올해 4월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왔던 길을 되돌아 지난달 초 제주에 도착했다. 제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건너면서 6일간 4180㎞를 쉼 없이 날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산새 가운데 제일 먼 거리의 바다를 건넌 것으로 알려졌다. 번식지로 돌아오는 특성이 있다는 점도 처음 확인됐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겨울을 보내고 여름에 국내로 돌아오는 여름 철새는 두견이뿐이 아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20년에는 뻐꾸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직선거리로 1만㎞ 떨어진 아프리카 대륙에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 철새가 아프리카까지 가서 월동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뻐꾸기가 처음이었다.

당시 위치추적용 발신기를 부착한 뻐꾸기 10마리 중 6마리가 중국 장쑤성, 미얀마, 인도를 거쳐 아라비아를 횡단했다. 아프리카 동부에 도착할 때까지 평균 1만1000㎞를 이동한 뻐꾸기는 탄자니아, 모잠비크, 케냐 등에서 겨울을 보냈다. 이 중 3마리가 국내 번식지로 돌아왔다. 3마리의 왕복 거리는 2만㎞ 이상이며, 최장 거리를 이동한 개체는 2만4012㎞ 이동했다.

이동 속도는 가을보다 봄에 훨씬 빨랐다. 가을철 이동 기간은 평균 77일로, 하루 평균 142㎞를 이동했다. 반면 봄철 이동 기간은 평균 51일로 하루 평균 232㎞를 이동했다.
#두견이#아프리카#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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