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모 씨가 약 10년 동안 생활한 트라제XG 차량. 황 씨는 올해 6월에야 복지당국이 내민 도움의 손길을 잡았다. 제주시 제공
제주에서 약 10년 동안 자동차에서 생활해 온 50대 남성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다. 30일 제주시에 따르면 황모 씨(50)는 2015년경 대전에서 제주로 이주한 뒤 전입신고도 하지 않고 제주시 삼양해수욕장 인근 주차장에 세워 둔 자신의 트라제XG 차량에서 홀로 생활했다.
2018년 첫 발견 당시 해당 차량은 심하게 부식돼 주행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황 씨는 폭염 속에서도 차 문을 닫고 지내고 있었다. 제주시는 황 씨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개입하려 했지만, 그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제주시는 삼양동 주민센터, 경찰, 희망나눔종합지원센터 등과 협력해 8년에 걸쳐 꾸준히 모니터링과 상담을 진행했다. 한 달에 3, 4회 생활필수품과 식료품을 지원했다. 별다른 일자리가 없던 황 씨는 대부분의 끼니를 복지당국의 지원에 의존했다.
당국의 끈질긴 설득 끝에 황 씨는 올해 6월 9일 도움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주시는 우선 황 씨의 차를 폐차하고 원룸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비용을 지원했다. 그리고 위내시경 등 건강검진을 했다. 황 씨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앓고 있어, 제주의료원 고독사 예방사업과 연계한 의료 지원도 할 예정이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안내하고 휴대전화 개통 및 도시락 지원 등을 실시했다.
한명미 제주시 주민복지과장은 “복지 서비스를 거부하던 황 씨는 최근 건강이 나빠지면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며 “현재 황 씨는 말소됐던 주민등록증도 되살려 기초수급자 생활을 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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