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대신 소고기 팔려요”…소비쿠폰 활성화에 골목상권 회복 ‘기대’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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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이후 얼어붙었던 내수, ‘소비쿠폰’에 온기
“매출 두 배 늘었어요”…과일가게, 정육점 함박웃음
“단기 정책은 단기 효과”…신중한 반응도

뉴시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직격탄을 맞았던 골목상권이 정부의 ‘민생 회복 소비쿠폰’에 다시 숨을 돌리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신청을 시작한 소비쿠폰 지급률이 전국 기준 72%를 넘어서고 사용이 본격화되자 매출 증가를 체감한 상인들이 속속 등장했다.

30일 오전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 시장 한 켠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정재아(42)씨는 소비쿠폰 사용 첫 주였던 지난 주말 직전 주 대비 매출이 두 배로 뛴 것을 실감했다. 계엄 이후 반토막 났던 매출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정씨는 “올 여름 수박값이 예년보다 많이 올라 잘 안 팔렸었는데 지난 주말에는 손님들이 ‘이럴 때 비싼 과일 사먹어야지’라며 많이들 사가셨다”며 “하루에 손님 80% 정도가 소비쿠폰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찬인(56)씨 역시 소비쿠폰으로 인한 내수 활성화를 톡톡히 실감했다. 삼겹살을 사가던 단골 고객들이 “이참에 비싼 고기 한 번 먹어보자”며 소고기를 사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소비쿠폰 발행 전보다 매출이 약 10% 올랐다”며 ”쿠폰으로 부담이 줄어든 덕분인지 평소 망설이던 고기들을 과감히 구매하시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발가게를 하는 김모(59)씨도 소비쿠폰 전주 대비 30% 이상의 매출 상승을 겪었다. 기능성 신발이라 켤레당 30만원 이상이 넘는 가격이지만 소비쿠폰을 사용해 결제하러 온 고객들이 많아진 것이다.

다만 효과를 온전히 체감하지 못한 업종도 있었다. 구매 단가가 높은 품목인 안경, 헬스장 등에서의 매출은 늘어났지만 일반 식당 등은 이전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소비쿠폰을 받은 김에 평소 높은 가격으로 구매가 망설여졌던 업종들이 더 큰 매출 상승 효과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집, 갈비집, 족발집 등 외식 업종에서는 고객이 소폭 늘긴 했지만 계엄 이후의 감소분을 전부 회복하긴 역부족이라는 반응이었다. 한 족발집 직원은 ”계엄 이후 매출이 30~40% 줄었는데 소비쿠폰 이후엔 10% 정도만 올라온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박용(57)씨도 ”연말에 단체손님, 회식으로 매출이 생기는 구조인데 비상계엄으로 약속이 취소되며 크게 손해를 입었었다“며 ”소비쿠폰 이후에도 매출 상승이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푸념했다.

단가가 낮은 반찬류도 매출 반등은 제한적이었다. 반찬가게 주인 이상규씨는 ”손님들이 반찬을 하나쯤 더 사가긴 하는데 전체 매출이 눈에 띄게 오르진 않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계절적 특성인 ‘더위’와 ‘휴가철’을 매출 회복의 변수로 꼽았다. 쿠폰의 효과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계절적 요인을 제외한 실질 회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찬가게 주인 이씨는 ”연세 있는 분들이 카드나 현금을 대체해 소비쿠폰을 쓰기 시작한 건 반가운 일“이라면서 ”더위가 지나가고 휴가철이 끝나야 진짜 소비 흐름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9)씨도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손님이 늘어난 건 당연히 좋다”면서도 “중요한 건 꾸준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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