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추진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사용자’ 개념이 확대되면서 노조가 사업주와 교섭할 때 쓰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청 근로자가 누구와 교섭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데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30일 고용부에 따르면 정부는 노란봉투법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 정비를 꼽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에서는 한 사업장에 여러 개의 노조가 있을 경우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대표단 노조를 선정한다. 하청기업 노조는 기본적으로 하청 사측과 교섭한다.
하지만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대로라면 원청 사측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중 어떤 노조와 교섭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교섭 창구 단일화를 할 수 있는지, 원청과 하청 노조가 공동 교섭을 하는 것인지, 여러 개의 하청 노조가 단일화 창구를 만들 수 있는지 등도 명확하지 않다. 법적으로 하청 노조 간 단일화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하나의 원청 아래 각각 이해관계가 다른 하청업체들이 대표 노조 자리를 두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28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사용자성 확대를 통해 꼭 풀어야 하는 것이 창구 단일화”라고 우려했다.
수천 개의 하청업체와 연관된 자동차 기업, 100여 개 이상 하청업체와 일하는 조선업체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란봉투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디까지 합법이고 어디부터 불법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내 하청까지 합하면 각 기업이 하청 실태를 정확하게 알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장 실태는 어떤지, 업체별로 노조는 어떻게 조직돼 있는지 등을 고려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하청 노조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하나라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며 “개별적으로 수백 개가 각각 원청과 교섭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자연스럽게 현장에서부터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 대한 본보 질의에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전날 한국 투자 철회 가능성을 밝힌 주한 유럽상공회의소에 대해서도 “조속한 시일 내에 뵙고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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