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부터 법 개정 추진 좌절
국회 법사위 소위서 여야 첫 합의
인천변호사회 “법안 신속처리해야”
“2심 재판도 인천서 담당” 목소리
올 2월 인천 연수구에서 열린 시민원로회의 정례회에서 참석자들이 해사전문법원 인천 유치를 기원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던 인천 해사전문법원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인천은 해사법원 유치를 두고 부산과 신경전을 벌여 왔는데, 국회에서 여야가 두 지역에 모두 설치하기로 합의하면서 설립이 가시화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최근 해사전문법원 설치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각급 법원의 설치 및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사했다. 이 과정에서 소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인천과 부산에 각각 해사법원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두 지역에 해사법원을 각각 두는 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해사법원은 선박 등 해양 사고와 해상운송, 국제무역, 해상보험 등과 관련한 해사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이다. 국내에는 아직 한 곳도 없어 해사 사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사건 관계인들도 필요시 외국의 전문법원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 비용이 연간 최대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해사법원의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관련 법 개정안도 20대 국회부터 매번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여야 합의까지 이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 지역사회에서는 인천항과 해양경찰청 등이 있는 인천에 해사법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부산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간 유치전까지 벌어졌는데, 여야가 두 지역에 모두 설치하기로 뜻을 모아 갈등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도 2021년 발표한 ‘해사법원 설치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전국에 해사법원 본원 2곳, 지원 4∼6곳을 설치하는 게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인천은 여야 합의를 환영하는 동시에 빠른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인천지방변호사회는 성명을 통해 “한국은 해운 조선 무역 강국이지만, 관련 기업들은 그간 외국의 전문법원을 이용해야 했다”며 “인천과 부산에 해사법원을 설치하기로 한 여야 합의를 환영하면서 국부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립까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해사법원의 2심 재판을 어디서 담당할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인천에 해사법원이 생길 경우 2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맡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인천 지역사회에서는 2심까지 모두 인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항만 업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해사전문법원 인천유치범시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인천과 부산에서 해사법원이 운영된다면, 1심 이후 2심 재판도 해당 지역 고등법원 등에서 진행돼야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여야가 인천과 부산에 각각 해사법원을 두려는 취지를 법원행정처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