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3월 국회 소통관에서 교사노조연맹 등과 고교학점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고교학점제로 인해 수업의 질이 저하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단체들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로 현장의 학생과 교사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며, 교육당국을 향해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 3단체가 지난달 15일부터 22일까지 교원 41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원의 86.4%(3598명)가 고교학점제 이후 각 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수업 준비가 어려워져 수업의 질이 저하됐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교사 1명이 담당해야 할 과목의 개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원 3단체에 따르면 응답 교사의 78.5%가 2개 이상의 과목을 담당하고 있었다. 3과목 이상을 가르치는 교사는 32.6%로 집계됐다. 전공과 무관한 과목을 떠맡는 경우도 많다는 게 교원단체의 설명이다.
‘과목 선택권 확대’ 이유로 고교학점제가 도입됐지만 교사의 수 부족으로 취지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원 46.3%는 실태조사에서 “학교 여건 내 가능한 과목 위주 편성으로 학생선택권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의 이수·미이수 제도에 대한 현장의 반발도 컸다.
고교학점제에서 학점을 취득하려면 과목 출석률이 3분의 2 이상이 돼야 하고, 학업 성취율이 40% 이상이어야 한다. 학업 성취율은 A(90% 이상)부터 E(40~60%)까지 5단계로 나뉜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과목은 미이수 처리된다. 과목 교사는 미이수 학생을 대상으로 나머지 공부(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를 시켜야 한다.
조사 결과 교원 78%가 이수·미이수 제도가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를 실시한 교사 중 97%는 학생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학생의 미이수를 막기 위해 수행평가 비중을 높이거나 점수를 과도하게 부여한 교사는 73.9%, 지필평가에서 난도가 낮은 문제를 출제한 교사는 57%로 집계됐다.
출결 관리 권한이 담임에서 과목 담당 교사로 바뀐 데 따른 혼란도 있다. 응답자의 69.6%는 현재의 출결 처리 방식이 정착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교원 90.7%는 학생부 작성의 업무 과중을 했다. 고교학점제로 학생부를 학기마다 작성하게 됐는데, 학생마다 1500바이트의 분량을 작성하는 게 부담이라는 것이다.
교원 3단체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권 확대’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신장을 통한 책임교육 완성’이라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준비되지 않은 졸속 시행으로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을 극심한 혼란과 과부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부를 향해 △교원 수급 계획 전면 재검토 및 교사 정원 확보 △미이수제도·최소 성취수준 보장 제도 재검토 △출결 시스템 개선 △학생부 기록 부담 완화 △고교학점제 전담 조직 구축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강경숙 의원은 “현재의 고교학점제 방식은 학생과 교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며 “교육부가 더 이상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즉각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