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광주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도로 침수로 허리까지 차오른 물살을 뚫고 가게 사장으로부터 음식을 받아 배달한 기사의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광주 북구의 한 샐러드 가게 사장 A 씨는 4일 인스타그램에 “7월 17일 오후 5시 물이 허리까지 찼는데 배달 픽업해가신 전설의 기사님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너무 감사해서라도 꼭 찾고 싶다”며 “영상 속 본인이라면 VIP로 모시겠다”고 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배달 기사가 가게 앞으로 걸어와 음식을 건네받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그는 오토바이 쪽으로 향하던 중 강한 물살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도 했다. 이날 광주에는 하루 동안 426mm의 폭우가 내려 1939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A씨 인스타그램 캡처 해당 영상은 5일 기준 76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배달 기사의 직업정신이 대단하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유속이 빠르면 위험하다” “사고 없이 무사해서 다행이다” “목숨은 하나다” 등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A 씨는 댓글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날 영상에 보이는 장소에서는 두 차례의 침수가 있었다. 영상은 두 번째 침수 당시 모습”이라며 “첫 침수가 지나고 나서 한 차례 물이 빠진 상태였고,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것 같아 배달 영업을 재개했다”고 했다.
이어 “젖은 몸을 정비하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 2~30분 사이 첫 번째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빗물이 다시 밀려들었다”며 “기존 주문건들을 취소하며 우왕좌왕하던 그때 기사님께서 건너편에 도착해 계셨고 설마했는데 정말 건너오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침수 때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해 주셨던 기사님이 계속 마음이 남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영상을 올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A씨 인스타그램 캡처 배달기사도 직접 댓글을 달았다. 그는 “저는 처음부터 도로가 침수된 줄 모르고 콜을 잡았다”며 “물이 빠지고 청소까지 진행되는 걸 직접 보고 도로가 정상화된 줄 알고 픽업 콜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다시 도로가 물에 잠긴 상태였다”며 “이미 멀리서 콜을 잡고 온 그 상황에서 배달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뚫고 건너야 했고, 당시 물살이 꽤 강해 중심을 못 잡으면 휩쓸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현장에 계시던 경찰분도 ‘다시 건너지 말라’고 하셨지만 고객님께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길을 건넜다”고 했다.
기사는 그러면서 배달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건 개인의 무모함이 아니라,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위험한 상황에서도 콜이 배정되고 취소 시 페널티가 부과되는 시스템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구조 안에서 일하는 라이더가 겪는 현실도 함께 봐주셨으면 한다”며 “이 행동이 목숨 걸 만큼의 대가가 아닌 건 저도 그렇고 라이더들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플랫폼과 고객 사이에서 그저 제시간에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장을 살아가는 라이더들의 현실을 함께 돌아봐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같은데 지인이 영상을 보내주고선 깜짝 놀랐다”며 “저 무사히 살아있다”고 했다. 또 “제가 다 건너가서 받았어도 되는데 좀 들어와주신 사장님께 감사드린다”며 “많이 받으니까 강 건넌 거라고 하시는데, 당시 샐러드 콜비는 7000원밖에 안 됐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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