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선 붕괴된지 9년 3개월만
저출산 기조에 3인 가구>4인 가구
1인 가구는 1000만 가구 훌쩍 넘어
“4인 가족 중심 정책 대전환 필요”
서울에 사는 신모 씨(42) 부부는 6세 딸 한 명을 키우고 있다. 신 씨는 “맞벌이로 일하다 보니 아이 하나 돌보기도 빠듯하고, 아이 키우는 데 드는 돈도 만만치 않다. 둘째는 엄두를 못 냈다”고 말했다.
가장 전형적인 가족 형태로 여겨졌던 부부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2세대 가족 ‘4인 가구’ 수가 처음으로 300만 가구 아래로 떨어졌다. 2016년 3월 400만 선이 무너진 이후 9년 3개월 만이다. 반면 저출산 흐름을 반영하듯 신 씨 부부처럼 자녀 한 명만 둔 3인 가구, 배우자나 형제·친구와 함께 사는 2인 가구, 결혼하지 않는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4인 가구 기준’은 옛말
6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국내 4인 가구는 299만9680가구로 한 달 전(300만5979가구)보다 줄어 300만 가구 아래로 내려갔다. 전체 가구 수(2423만8510가구) 대비 비중도 약 12%로 떨어졌다. 행안부는 매달 말일 기준으로 인구통계를 집계해 그다음 달 발표한다.
4인 가구 수는 2016년 3월 399만9450가구로 400만 선이 처음 무너진 이래 2021년 2월(348만5905가구) 350만 가구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4년여 만에 300만 선도 무너진 것이다.
반면 3인 이하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 1명 등으로 이뤄진 3인 가구 수는 2017년 2월 4인 가구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고, 올해 6월 406만 가구를 넘었다.
1인 가구는 이제 가장 흔한 가구를 넘어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됐다. 지난해 3월 1인 가구 수가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넘어서며, 3∼4인 가구를 합친 규모보다 많아졌다. ‘딩크(DINK·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족’을 포함한 2인 가구도 6월 말 기준 607만 가구를 기록했다. 저출산 기조 속에 이 같은 가구 규모 축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4인 가구 비중은 2022년 14.1%에서 2052년 6.7%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4인 가구 기준’이라는 말은 이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표현이 된 셈이다.
● ‘4인 가족’ 중심 정책 바꿔야
대한민국 가족 표본으로 여겨졌던 4인 가구가 오히려 소수가 되면서 가족 개념은 물론이고 여가·소비 문화도 변하고 있다. 대형 냉장고나 4인용 식탁보다 소형 가전이 인기를 끌고, 밀키트 등 1, 2인 포장 식품이 업계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앞으로 소분된 포장 위주의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며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을 찾는 사람이 느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구 규모 축소는 고독사, 돌봄 공백, 사회적 단절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1인 가구 중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37.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4인 가족 중심으로 설계된 복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전히 많은 정책이 ‘결혼해 자녀를 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며 “이제는 인구 재생산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다양성까지 포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도 “1인 가구는 부양 자녀나 배우자가 없어 장래 국가가 떠안아야 할 책임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경제활동 시 보험료를 더 걷고 이후 보장을 확대하는 방식 등 1인 가구의 노후 보장·복지·연금 문제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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