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강제구인 또 무산] 2차 체포 1시간 15분만에 포기
교도관이 “옷 입고 나오시라” 하자… 尹 “변호인 불러달라” 독방서 나와
구치소 기동팀 10여명이 체포 시도… 尹, 통증 호소하며 의무실서 진료
특검 “적법한 집행, 물리력 최소화”… 尹측 “불법 가혹행위, 책임 물을것”
‘빈손’으로 돌아가는 특검 7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탄 차량이 나오고 있다. 이날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저항으로 불발됐다. 의왕=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출정과장실. 수의를 입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바퀴 달린 의자에 주저앉았다.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온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검사 앞에서 “조사를 받으러 가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 그러자 구치소 기동순찰팀(CRPT) 등 10여 명은 특검의 지휘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이 앉아 있는 의자를 들어 바깥으로 데려가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바닥에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현장에 있던 특검팀 검사는 문홍주 특검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윤 전 대통령은 문 특검보에게 전화로 “(조사실에) 나갈 생각이 없으니 변호사와 얘기하라”고 했다. 결국 특검은 1시간 15분 만에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특검은 1일에 이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다시 시도했지만 물리적 충돌 끝에 영장 집행을 중단했다. 1차 때와 달리 특검팀은 물리력까지 동원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부상 등을 우려해 결국 현장에서 물러났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피의자가 완강하게 거부했고, 피의자의 부상이 우려된다는 현장의 보고를 받은 뒤 집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영장 집행 과정은 현장에서 동영상으로 모두 채증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있던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과 특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검팀 검사 1명과 특별수사관들은 오전 8시 25분경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앞서 첫 체포영장 집행 당시 문 특검보와 검사, 수사관이 직접 윤 전 대통령의 독방 앞으로 찾아갔던 것과 달리 이날 특검은 수용동으로 가지 않고 건물 외부에서 기다렸다. 교도관이 “옷을 입고 나오시라”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불러 달라”고 말하며 스스로 독방에서 걸어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독방이 있는 수용동에서 나와 수용자 출정 업무를 총괄하는 출정과장실이 있는 별도 건물로 교도관을 따라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윤 전 대통령이 수용동을 나설 때 특검팀이 한 차례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이 수용동 앞에 호송차량을 세워놓고 윤 전 대통령을 태우려 했다는 것. 윤 전 대통령이 “변호인을 불러 달라”며 버티자 특검이 접견실에 대기 중이던 변호인들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 “尹 ‘이건 다 불법이다’ 외치며 몸싸움”
이후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 특검 측과 교도관들은 구치소의 출정과장실로 이동했다. 방 안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교도관이 물리력을 동원해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했고, 특검은 “법원에서 받은 적법한 체포영장”이라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자 특검은 CRPT를 동원해 윤 전 대통령을 출정과장실에서 끌어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교도관들에게 “젊은 사람들이 공무원 생활 계속해야 하는데 이건 다 불법이니 가담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이어 “체포영장을 한 번도 이렇게 집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전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최순실 건을 자꾸 얘기하지만 임의로 온 것이지, (특검이) 물리력을 행사해서 강제로 데리고 온 게 아니다”라는 취지로 밝혔다고 한다.
특검이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한 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건물에 있는 변호인 접견실로 이동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1시간 남짓한 변호인들과 접견에서 “의자에서 떨어져 팔다리에 통증이 있다”고 했고, 접견을 마친 뒤 구치소 의무실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법무부는 “윤 전 대통령이 어깨 통증 등 부상을 주장해 의료과 진료를 실시했으며 건강상 특이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尹 “진술 강요, 가혹 행위” vs 특검 “영장 적법 집행”
윤 전 대통령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구속된 피의자의 팔다리를 붙잡고 끌어내려 시도한 것 자체가 역사상 처음”이라며 “불법 행위에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배보윤 변호사는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윤 전 대통령을 물리력을 행사해 데려가려는 것 자체가 진술 강요이자 가혹 행위”라고 했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최소한의 물리력을 사용했고, 부상 위험 보고에 중단했다”며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검팀 내부에선 윤 전 대통령이 계속해서 출석을 거부하면 앞서 내란 특검과 마찬가지로 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한이 이날로 만료되는 만큼 특검팀은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재집행을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을 억지로 조사실에 데려오더라도 진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체포영장 집행을 추가로 시도하더라도 실익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의해 구속수감된 뒤 한 달 가까이 수사와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29일과 30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거부하자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달 1일 집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수의를 벗고 누워 버티면서 집행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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