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폭염 속 도로에서 쓰러져 있던 미국 국적 남성을 신속히 구조해 응급 입원시킨 뒤 가족에게 안전하게 인계했다. 이 남성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40분경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마트 인근 도로에 신발과 양말을 벗고 뛰어다니던 외국인 남성이 누워 있다는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부산의 기온은 33도를 웃돌며 매우 더웠다. 출동한 경찰이 도로변에 쓰러져 있던 남성을 구조해 체온을 측정하니 37도가 넘었으며, 술이나 마약을 한 정황은 없었다.
신원을 묻자 남성은 욕설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반복하며 강하게 저항했다. 영어가 능통한 경찰관을 투입했으나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지문 확인도 실패했다. 이후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얼굴 인식 등을 진행한 결과, 이 남성은 1987년생 미국 국적자로 지난 5월 29일 일본 오사카항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 입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을 통해 국내 체류 경위와 가족 등을 확인하려 했으나, 남성이 계속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그가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자 119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했다. 그러나 응급실에서도 바닥에 누워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부렸고, 의사는 조현병 등이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경찰과 의료진은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자·타해 위험이 큰 정신질환 의심자는 외국인도 72시간 이내 응급 입원이 가능하다는 규정에 근거해, 다음 날 새벽 3시경 경남 양산의 한 정신과 전문 의료기관에 입원시켰다. 병원은 남성이 상세불명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입원 후 미국에 있는 그의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고, 남성은 어머니가 방한한 30일 퇴원해 본국으로 돌아갔다. 문현지구대 관계자는 “폭염 속에 더 오래 방치됐다면 생명이 위험할 뻔했다”며 “10명 넘는 경찰관이 20시간 넘게 긴급 구조와 보호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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