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실추·관광객 감소 이중고 울릉군, 자성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1일 1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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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관광 혁신·동계 상생 전략 간담회에서 한 참가자가 관광 신뢰 회복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울릉군 제공
경북 울릉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관광 혁신·동계 상생 전략 간담회에서 한 참가자가 관광 신뢰 회복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울릉군 제공
“관광객을 호구로 보는 나쁜 사람들 때문에 울릉도 이미지가 엉망이 됐네요.”

경북 울릉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 씨(57)는 11일 수화기 너머로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대표 섬 관광지인 울릉도는 최근 유명 유튜버가 여행 중 겪은 바가지 피해 사례를 고발하는 영상을 올린 이후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실제로 관광객 발길이 크게 줄어 숙박업소에서는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음식점 매출도 성수기임에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강 씨는 “이번 사태가 섬 전체 이미지를 망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울릉도가 성숙한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주민 전체가 자성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울릉도는 ‘비계 삼겹살’과 ‘택시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관광 이미지 실추와 방문객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론이 악화하자 울릉군은 공식 사과와 함께 관광 신뢰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구독자 60여만 명을 보유한 한 유튜버가 혼자 울릉도 여행을 갔다가 들른 식당에서 삼겹살을 주문했는데, 살코기보다 비계 양이 훨씬 많았다. 기분이 상한 그는 숙소로 돌아갔지만 불편은 이어졌다. 폭염 속에 도착한 숙소에는 고장난 에어컨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조회 수 290만 회를 넘기며 공분을 샀다. 며칠 뒤 구독자 70여만 명의 또 다른 유튜버도 울릉도를 방문했다가 택시 요금 바가지를 썼다며 영상을 올렸고, 울릉도를 향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은 2022년 46만1000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40만8000여 명, 지난해 38만여 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울릉군은 주민 상당수가 관광업에 종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를 심각한 위기로 보고, 관광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은 지난달 30일 관광 혁신·동계 상생 전략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군 간부와 지역 관광업계 대표, 전문가 등 25명이 참석해 울릉군 관광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체적 해결 방안과 주민 주도형 동계 관광 활성화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달 5일에는 저동항에서 관광 수용 태세 개선 캠페인을 열었다. 남한권 울릉군수와 이상식 군의회 의장, 의원, 주민 등이 대거 참석했다. 울릉군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지역 주민과 관광업체가 함께 올바른 관광문화를 조성하고 신뢰받는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군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관광 종사자 교육뿐 아니라 민원 대응 체계 강화, 현장 점검 확대, 불법 영업행위 단속 등 실질적인 대책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남 군수는 “울릉도의 진심을 믿고 찾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관광객들에게 더욱 친절하고 신뢰받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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