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싼데다 긴 추석연휴 대기”…‘가성비 휴가’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1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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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8.3/뉴스1
“올해는 추석 연휴도 길잖아요. 휴가를 두 번이나 가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아서 올 여름 휴가는 남해에 머물면서 보내려 합니다.”

이달 말 여름 휴가가 예정되어 있다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11일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너무 유명한 관광지는 휴가철이면 붐비고 비싸서 다녀 오면 쉰 게 아니라 오히려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휴가 때는 지역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이용하고, 시장에서 장을 봐서 숙소에서 해결하며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고물가와 긴 추석 연휴가 맞물리며 올 여름 휴가는 가까운 곳으로 짧게 가는 ‘미니 휴가’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월 발표한 직장인 여름휴가 계획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직장인 800명 중 83.5%는 국내 여행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일정은 2박 3일(38.9%)이 가장 많았고 이어 3박 4일(22.7%), 1박 2일(21.3%) 순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10월 초 7일간의 추석 연휴(10월3~9일)와 함께 고물가가 이어지며 여름 휴가 비용을 줄이려는 ‘짠물 휴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올해가 다른 해에 비해 휴가가 많다 보니 여행 수요가 분산되며 근거리 여행에 대한 수요가 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며 국내 관광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가지에서도 지역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봐서 숙소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등 가성비 휴가를 보내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강원 속초시로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김모 씨(41)는 “주방이 딸린 콘도를 예약해 마지막 날에는 전통시장에서 지역 특산품을 구매한 뒤 숙소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며 “요즘 물가가 올라 생활비도 많이 나가는데 휴가비라도 아끼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세종에 거주하는 강모 씨(32)도 “요새 물가가 너무 비싸서 인근 마트에서 장을 봐서 글램핑을 다녀오는 정도로 여름 휴가를 대체했다”며 “1박에 15만 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해서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가성비 휴가를 선호하는 흐름은 ‘몰캉스(쇼핑몰 바캉스)’ 인기에서도 알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부산 센텀시티점은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6%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센텀시티 내 스파랜드와 아이스링크 등 다양한 가족단위 여행객이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의 이용 객 수가 늘었다”고 했다. 지난달 4~5주차 기준 김포, 송도 등 현대프리미엄아울렛 4곳의 매출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15.8% 늘었다. 방문한 고객 수 증가 추이만 놓고 보면 18.7% 가까이 증가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무더운 날씨 여파로 시원한 실내에서 여가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식사와 쇼핑 등 즐길거리들이 한 번에 갖춰진 백화점과 마트에도 피서객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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