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대구 대구 동구 신천동 아파트 현관 앞. 이 아파트에서 전날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일가족 3명이 숨졌다. 현관문 앞에는 ‘CCTV 촬영 중’이라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2025.8.11/뉴스1
대구 동구 신천동 아파트 화재에 따른 일가족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1일 사망자들의 부검을 마쳤다.
경찰은 불이 19분 만에 진화됐고 발화 지점이 여러 곳이지만 탄 흔적이 크지 않은 점 등에 비춰 10대 자녀 2명의 사망 원인이 질식사인지 외부 충격 때문인지 등을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오전 발생한 화재로 어머니 A 씨(46)는 지상 화단으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고, 아들 B 군(13)과 딸 C 양(11)은 안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A 씨 남편 D 씨(47)는 화재 당시 해당 아파트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합동 감식에선 안방 등 4곳에서 양초와 성냥이 발견됐다. 또 그 인근에는 노끈으로 묶인 서적 수십권이 놓여 있었으나, 해당 서적은 크게 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불이 났을 때 소방대원은 현관문을 따고 들어갔으며, 문 앞엔 서랍장 여러 개가 쌓여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방화나 실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숨진 A 씨 가족은 화재가 난 신천동 아파트에 앞서 2022년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33평 규모 아파트에 입주해 4년간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범어동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에도 이곳 아파트에서 B 씨 모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등은 불이 난 15평 규모 신천동 아파트엔 2023년 입주했지만, 주소는 이전하지 않고 관리사무소에만 등록해 두고 있었다. 두 아파트 모두 자가 소유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범어동 아파트 입주자는 “방학이라서 그런지 최근 (A 씨 집) 아이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의 모습만 몇 번 봤다”며 “평소 다른 입주자들이 인사해도 받지 않고 항상 계단으로 다녔으며 A 씨 얼굴이 어두워 보여 우울증 등을 의심했다”고 전했다.
다른 입주자는 “수년간 (A 씨 집) 현관에 CCTV가 설치돼 있었는데, 그 집은 택배 물건이 거의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수개월 전 A 씨가 ‘현관문이 열려 있는 걸 본 적이 없느냐’고 물었는데, 동네 아이들이 ‘그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말을 했다. 2주 전 CCTV가 제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에 절도 신고 등으로 경찰이 출동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웃과 교류가 거의 없던 A 씨는 최근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배식 등 봉사활동을 자발적으로 했으며, 자녀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아파트엔 CCTV가 설치된 흔적이 보이지 않았지만, 현관문 앞엔 ‘CCTV 촬영 중’이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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