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 ‘산재 막기’ 총력전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마련을”
법무부, 대법 양형위에 공식 요청
뉴시스.
고용노동부가 기업이 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재발방지책, 안전 투자 비용 등을 매년 공개하도록 하는 ‘안전보건 공시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할 산업재해방지조치와 국정과제에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중대재해처벌법 양형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는 등 관계 부처가 산재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11일 고용부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 안전보건 공시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전보건 공시제는 매년 사망 사고 등 산재 발생 현황과 재발 방지 대책,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투자 규모 등을 공개하는 제도로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해 공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건설업과 제조업, 전기업처럼 산재 사고가 많은 위험업종을 선정해 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부터 우선 적용하고, 점차 적용 사업장을 늘려갈 계획이다.
고용부는 원청 노사와 하청 노사가 함께 안전을 논의할 협의체를 만드는 등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 관리 체계’도 추진한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여러 차례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 보건 체계를 강조해 왔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함께 산업안전에 대한 사항을 의결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을 규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위 내부에 원청 노사와 하청 노사가 함께 안전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미 건설업에서는 유사한 제도인 ‘건설 노사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어 이를 다른 업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원하청 통합 체계에는 원청 사고 사망률보다 하청까지 합친 사고 사망률이 높을 경우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는 현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현재는 제조업, 철도·도시철도 운송업, 전기업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운수·창고업, 서비스업 등에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작업 현장에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때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작업 중지와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행법상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근로자 대표가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산재 방지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사고 기업의 공공입찰 제한, 영업정지 기준 강화, 고액 과징금 부과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는 이날 오후 회의에서 최근 법무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을 마련해 달라’며 보낸 의견서를 공유했다. 산재 사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남발되고 있는 만큼 양형기준을 세워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으로, 판검사와 변호사, 법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양형위가 이를 만들거나 변경한다. 앞서 6월 양형위가 꼽은 앞으로 2년간 논의할 대상 범죄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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