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서 조직원 끌어모으고 10대 포섭’… 경찰, 22년만에 조직재건 나선 조폭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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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남부동파’ 34명 檢송치
와해 당시 막내 조직원이 장악
합숙소 교육에 갈취-청부 폭행도

신남부동파 조직원들의 야유회 모습. 2025.08.14/서울청 형사기동대 제공
신남부동파 조직원들의 야유회 모습. 2025.08.14/서울청 형사기동대 제공
2003년 와해된 뒤 20여 년 만에 재건을 꾀하던 조직폭력배 ‘신남부동파’가 경찰에 검거됐다. 와해 당시 막내급이던 45세 조직원이 20여 년 동안 20, 30대 신규 조직원을 끌어모아 세력을 키웠고, 그 과정에서 조폭 이미지를 동경한 10대 청소년까지 포섭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폭력범죄단체 활동을 벌인 신남부동파 조직원 및 추종 세력 34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가운데 부두목 강모 씨 등 9명은 구속됐으며, 도주 중인 조직원 5명에 대해선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특히 베트남에 체류 중인 2명은 여권이 무효화되고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가 내려졌다.

신남부동파는 1980년대 영등포구청 일대에서 활동한 ‘남부동파’가 전신이다. 강서구 등으로 세력을 넓히다 2003년 두목 전모 씨가 검거되면서 해체됐다. 이후 2007년 가입해 막내급 조직원이던 강 씨가 두목을 대신해 조직을 장악했다. 부두목이 된 강 씨는 최근 5년간 신규 가입자의 절반(16명)을 영입했으며, 수감 중인 조직원을 통해 교도소 안에서 신입을 물색해 끌어들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은 경기 부천에 합숙소를 두고 3개월간 ‘처세 교육’을 실시하는 등 조직 문화와 위계질서 주입에 공을 들였다. ‘형님’에게 편지를 시작할 때 “보내주신 서한을 두 손 모아 감사히 받아 보았습니다 형님”이라 쓰게 하거나, 교도소에서 선배를 만났을 때 “편히 쉬셨습니까 형님”으로 인사하는 식의 ‘옥중·서신 처세’를 가르쳤다. ‘다른 조직과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배신하면 철저히 보복한다’ 등 위계질서를 강조한 ‘10대 행동강령’을 만들어 이탈자를 폭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보도방 업주에게 매달 최대 150만 원의 보호비를 받아 총 1억 원가량을 갈취했고, 한 기업 주주총회에서 폭행 청부를 받아 10여 명을 동원해 회의를 방해하는 등 전형적인 ‘전통 조폭’ 행태를 보였다. 조직원 상당수는 무직이거나 일용직을 전전하는 10∼30대로, 검거된 조직원 32명 중 27명(84%)이 20대에 가입했다. 고등학생 신분(17세)으로 가입한 사례도 있었다. 이 고등학생은 평소 의리 있는 조폭의 이미지와 ‘형님 문화’로 대표되는 조직 생활을 동경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폭력배#신남부동파#처세 교육#10대 행동강령#이탈자#형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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