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설계변경 통보 기한 지키지 않아 호텔 분양계약 해제
“책임한정특약·신탁계약 종료 여부 미심리”…원심 파기 환송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분양계약 해제에 따른 신탁회사의 분양대금 반환 책임은 신탁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수분양자 11명이 코리아신탁을 상대로 부동산 분양대금 반환을 청구하는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코리아신탁은 주식회사 A 사의 위탁을 받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호텔을 신축, 분양하는 사업을 맡은 관리형 토지신탁 수탁자로서 각 원고들과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A 사는 해당 호텔을 신축하면서 공용 엘리베이터 홀의 내벽과 천정, 복도의 마감자재 변경 등 설계 변경 내용을 수분양자 전원에게 법에서 규정한 기간 내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혐의(건축불분양법 위반)로 약식 기소돼 2022년 1월 벌금 100만 원이 확정됐다.
이후 원고들은 A 사의 임의적 설계 변경과 공사 지연, 건축물분양법 위반 등을 이유로 분양계약의 약정 해제를 주장하며 잔금을 납부하지 않고, 기존에 납부한 계약금과 분양대금의 10% 상당의 위약금을 지급해달라고 통보했다.
코리아신탁과 A 사는 원고들에게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분양계약과 위탁운영계약을 해제하고 위약금으로 총 분양대금의 10%가 자신들에게 귀속된다’는 취지로 통보한 후, 잔금 미납을 이유로 결국 분양계약을 해제했다.
1심은 건축물분양법 위반죄로 벌금형을 받은 주체는 분양계약 당사자인 코리아신탁이 아니라 A 사이기 때문에 원고들의 분양계약 약정 해제 주장은 이유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코리아신탁과 부동산 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한 위탁자인 A 사가 건축물분양법 위반해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약정 해제 사유로 인정하면서 코리아신탁과 A 사가 공동으로 원고들에게 기납부된 계약금과 그 법정 이자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원고들의 약정 해제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데는 2심과 판단이 같았다. 다만 코리아신탁이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이른바 ‘책임한정특약’을 한 점을 들면서 원심이 이를 주문에 표시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또 코리아신탁과 A 사 간 신탁계약이 2023년 종료됨에 따라 코리아신탁의 분양대금 반환 의무가 A 사에게 승계된다는 코리아신탁 측 주장을 원심이 심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면책적 계약인수약정의 효력과 신탁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피고가 분양대금 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결에는 피고 주장을 잘못 이해해 면책적 계약인수 여부에 관한 판단을 누락했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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