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9곳 시간표 입수해보니…교육과정 바뀌고 ‘벼락치기’ 수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5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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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시간씩 주 7일 강의’ ‘예과 2학년 진급해도 방학에 1학년 수업’

증원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학생들의 복귀로 올 2학기 의대 수업이 재개된 가운데 각 대학들이 1학기 수업 결손의 보완책을 내놨다. 일부 대학에서는 하루 10시간씩 주 7일 수업을 진행하는 등 ‘벼락치기’ 강의를 진행하거나 1·2학기 강의 순서를 뒤바꿔 듣게 하는 방법으로 수업 공백을 최소화 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단기간에 방대한 의대 수업량을 소화하고, 학교는 늘어난 학생과 수업 수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의대 교육 부실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 의대 9곳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5학년도 2학기 의대 교육 진행 계획’에 따르면 충남대 의대 본과 1, 2학년은 특별학기(이달 18일~10월 10일) 기간 하루에 10시간씩 주 6, 7일간 수업을 들어야 한다. 집단 휴학으로 수강하지 못한 1학기 교육과정을 몰아서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2학기 개강은 10월 13일로, 학생들은 특별학기 종강 후 3일 뒤부터 바로 2학기 수업을 들어야 해 학업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휴학 중 못 들은 1학기 수업을 내년까지 나눠 듣거나, 2학기 수업 먼저 수강한 뒤 나중에 듣도록 수업 계획을 짠 곳도 있다. 의대는 통상 1학기 수업을 들어야 2학기 수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학기별 교육과정이 정해져 있는데 이 순서가 바뀌는 것이라 수업 이해도 저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강원대 예과 1학년은 올해와 내년 여름·겨울 계절학기까지 활용해 1학기 수업을 진행한다. 전남대 예과 1학년도 올해 겨울방학, 내년 여름방학 등을 활용해 1학기 미수강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1학년 과목을 2학년이 되어서도 수강하는 것이다. 제주대는 교육과정 순서를 바꿔 2학기 수업을 먼저 듣고 1학기 진행 못한 수업을 나중에 듣도록 했다. 이 학교 본과 2학년은 이달 18일 개강해 우선 2학기 수업을 듣고, 1학기 미수강 교과목은 올해 12월~내년 2월 집중 강의와 겨울 계절학기로 보충할 예정이다.

부산대는 비대면 수업으로 1학기 공백을 보충한다. 본과생들을 대상으로 올 2학기 개강을 8월로 당겨 일부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본과 1학년은 ‘질병의 이해와 약물요법’, 본과 2학년은 ‘근골격학’을 비대면 수업으로 우선 수강하고 다음 달 1일 대면 수업을 시작한다. 한 국립대 의대 교수는 “1학기에 이수하지 못한 수업을 단기간에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도 교수도 힘든 상황”이라며 “각 학교에서 내놓는 대책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안이라 교수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수업 본격 재개에 맞춰 강의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수업 인프라 보충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주대 의대 김영리 학장은 “25학번 증원, 24·25학번 ‘더블링’으로 인해 실험실습실, 대형 강의실 부족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가 공간 부족 관련 사항에 대해 수요 조사를 하고 있으나 학생 교육을 위해선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의원실에 제출했다.
#의대 증원#국립대 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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