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 그는 “주변에서 새를 흔히 볼 수 있어 새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은 큰 천적 중 하나”라며 “새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보다 거리를 두고 쌍안경으로 바라보는 게 새를 배려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작은 사진은 윤무부 교수가 촬영한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 추석 연휴 동안 아들인 윤종민 씨와 함께 충남 당진에 가서 찍은 것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윤무부 명예교수 제공
‘새 박사’로 유명한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2006년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윤 교수는 재활에 성공했지만 최근 재발해 투병해 왔다.
윤 교수는 통영군 장승포읍(현 거제시 장승포동)에서 태어났다. 한영고와 경희대 생물학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5년 한국교원대에서 ‘한국에 사는 휘파람새 Song의 지리적 변이’ 논문으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2006년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2014년까지 명예교수를 지냈다.
‘새 박사’ 윤무부 경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가 15일 0시 1분 경 경희의료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2015년 6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주한외국대사관의 날’행사에 참석한 윤무부 교수 모습.(뉴스1 DB) 2025.8.15/뉴스1고인은 평생 새만 보며 살아온 ‘성공한 덕후’였다. DSLR 카메라 수십 대, 새소리 수집 장치, 관찰용 쌍안경과 망원경 등의 장비들로 새 모습을 생생히 담았다. 새 박사라는 친근한 이미지로 과거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등 TV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인기를 얻었다.
윤 교수는 2006년 겨울 두루미를 보러 강원 철원군에 갔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전신마비가 왔다. 하지만 왼손 젓가락질로 하루 콩 100개씩 옮기는 훈련 등을 거쳐 이겨냈다. 이후 방방곡곡으로 좋아하는 새를 보러 다녔다.
윤 교수는 1993년 자랑스런서울시민상, 1997년 환경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7일 오후 현대아산 주최로 열린 ‘새박사 윤무부 교수와 함께하는 한강철새탐조유람선’에서 윤무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윤 교수는 또 다른 새 박사도 길렀다. 아들인 종민 씨는 아버지와 현장을 누비며 새를 보고 자라온 ‘새 네이티브’다. 종민 씨가 속한 연구진은 2016년 세계 최초로 포식자가 새 둥지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는데, 연구 결과가 세계적 과학학술지인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애 씨와 1남 1녀(종민, 정림), 며느리 김영지 씨, 사위 김필관 씨가 있다. 빈소는 경희의료원 장례식장 203호실, 발인은 17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별그리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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