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강릉시 오봉저수지 상류 도마천 일대가 바닥을 드러낸 모습. 이후에도 비가 적게 내려 저수율은 더 떨어진 상태다. 동아일보DB
극심한 여름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가 14일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간 가운데, 비 소식마저 없어 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강릉시의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7일 오전 2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5년 평균(70.32%)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강릉시는 12일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한 데 이어, 저수율이 24.3%로 떨어진 14일부터 전 지역 제한급수에 돌입했다. 시는 배수지와 정수지의 수압 및 공급량을 조절하고, 필요할 경우 급수차를 투입해 공급을 이어갈 방침이다. 신규 급수 청약도 잠정 중단됐다.
생활용수 절감을 위해 시민들에게 평상시 대비 20% 이상 사용량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공공수영장은 지난달 14일부터 임시 휴장했고, 경포해수욕장 샤워장에는 ‘샤워시간 5분 이내 협조’ 안내문이 설치됐다. 일부 족욕용 수도꼭지는 아예 제거됐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시작됐다. 행정안전부는 긴급히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4억 원을 지원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용수 제한급수와 대체용수 공급에 나섰다. 강원도는 인근 지자체와 협력해 급수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철기 강릉시 상하수도사업소장은 “제한급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시민들의 협조와 이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릉의 올해 누적 강수량은 16일 기준 403.4㎜로 평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국이 집중호우로 홍수를 겪을 때도 강릉에는 큰비가 내리지 않았다. 올해 하루 최다 강수량은 지난달 15일 기록한 39.7㎜에 그쳤으며,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오는 27일까지 강원 동해안에는 뚜렷한 비 소식조차 없다.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당분간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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