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취업을 포기하고 집에 머무는 ‘쉬는 청년’이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사회적 손실은 44조 원을 넘어섰으며, 고학력자의 비중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1년 넘게 했지만 번번이 탈락했어요. 이제는 서류도 내지 않고 그냥 집에만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 27세 김모 씨는 자신을 ‘쉬는 청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처음엔 잠시 쉬려고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다시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일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최근 5년간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무려 44조 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 청년 인구 줄었는데 ‘쉬는 청년’은 늘어
18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미숙 창원대 교수에게 의뢰한 ‘쉬었음 청년 증가에 따른 경제적 비용 추정’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발생한 경제적 비용 손실은 총 44조5000억 원에 달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같은 기간 만 15~29세 청년 인구는 966만 명에서 879만 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쉬었음’ 상태로 분류된 청년은 약 36만 명에서 약 40만 명으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쉬었음’ 청년의 총인구 및 청년 인구 대비 비율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총인구 대비 비율은 0.90%에서 2023년 0.93%로, 청년 인구 대비 비율은 5.21%에서 5.47%로 상승했다. ■ 고학력자 비중 커져…손실 규모 더 확대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이미지
특히 고학력 청년층의 증가가 손실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대학 이상 학력자의 경우 2019년 15만 9000명에서 2023년 18만 4000명으로 38.9% 늘었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8%에서 38.3%로 확대됐다.
쉬는 청년이 일을 했다면 받을 수 있는 월소득은 2023년 기준 약 18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연령대 취업 청년의 평균 소득(217만 원)의 약 83% 수준이다.
보고서는 “쉬는 청년의 예상 소득은 취업자보다는 낮지만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높은 소득을 받을 수 있는 청년층이 경제활동에서 이탈해 사회적 손실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씨 역시 “가끔은 내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두렵다”며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막상 현실의 벽 앞에 서면 포기하고 싶어진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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