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아침, 서울 서소문로 고가도로 철거로 출근길이 달라졌다. 경기도와 인천에서 들어오는 광역버스들이 일제히 광화문·서대문역 방면으로 우회하면서 직장인들은 혼란에 빠졌다.
서소문로 고가도로 철거는 17일부터 시작됐지만, 파장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18일 아침부터 시민들에게 직접 전달됐다.
■ “출근길에 이런 통보 처음…너무 억울하다”
서울 서소문 고가 철거가 시작되면서 출근길 버스들이 광화문 등으로 우회해 시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안전 문제로 철거가 불가피했지만 교통 체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존 서소문로 고가도로 운행 루트를 우회해서 광화문에 진입하는 8601 광역버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시청 인근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 A 씨(28)는 김포에서 1004번 버스를 타고 오던 길, 기사로부터 “서소문로 고가 철거로 시청 방면 진입이 불가능하다. 세종문화회관으로 우회한다”는 안내를 들었다.
기존의 서소문 고가를 통과해 시청으로 진입했으면 직장이 코앞이었지만, 세종문화회관까지 크게 우회해서 내리면서 20분 지각이 확정된 것이다.
A 씨는 “출근길을 모두 외울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출근길 당일에 이런 통보를 듣고 직장도 늦어버리니 너무 억울하다. 이런 건 홍보를 제대로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시청 방향으로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뛰었다.
광화문 현대해상화재보험 본사에 재직중인 여성 정 모씨(30)도 사직로로 우회하는 1002번 버스를 탔다가 평소보다 20분 늦게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정 씨는 광장을 뛰어가면서 “버스 기사님이 뭔가 말씀하셨는데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대충 넘겼다”며 “그게 이 우회 안내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고가 하나 철거한다고 이렇게까지 길이 막힐 줄은 몰랐다. 시민 홍보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해당 지자체 누리집, 토피스(서울특별시 교통정보센터)를 통해 서소문로 고가도로를 지나는 버스 노선에 대한 우회 공지를 올렸지만, 시민들의 혼란은 피할 수 없었다.
■ 본격 철거 전인데…이미 체증 심각
출근시간이 끝나갈 무렵 서소문로 고가도로 1차선을 막아놓은 서울시.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현재는 시청역에서 충정로 방향 두 차선 중 한 차선만 막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양방향을 한꺼번에 막지 않고 순차적으로 철거해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자가 오전 8시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고가 옆면은 금이 가고 파손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으며, 일부 구간은 안전망이 둘러쳐져 있었다. 고가 아래 ‘서소문 건널목’에서는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차단봉이 내려가 차량이 멈추면서 병목 현상이 반복됐다.
서소문건널목에서 교통 통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코레일 직원 B 씨(65)는 “지난해 폭우 때 고가가 크게 손상돼 안전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철거가 결정됐다”며 “열차 통과에 따른 건널목 통제까지 겹쳐 교통경찰 부담이 배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청역 주변에서 본 서소문로 고가도로 입구.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시민들 “철거는 찬성…하지만 체증 더 심해질 듯”
주변 상인들과 시민들은 안전 문제 때문에 철거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교통 체증 심화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시청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상인 C씨(40대)는 “고가 옆을 지나다 보면 균열이 보일 정도로 낡아 늘 불안했다”며 “철거는 환영하지만, 오늘 아침처럼 우회로까지 막히면 체증이 더 심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가 인근 건물을 10여 년간 관리해온 D씨(70대)는 “50년 넘게 서울 도심 교통을 책임져 온 고가라 아쉽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철거 이후 출퇴근길 정체가 얼마나 심해질지 걱정된다”고 했다.
서소문로 고가도로 철거를 알리는 현수막.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60여년간 시민 발 되어준 고가, 역사 속으로
서소문 고가는 1966년 6월 25일 개통해, 시청과 충정로를 잇는 서울 도심의 교통축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19년 서울시 정밀 안전 검사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고, 주변 도심재생 계획도 겹치자 결국 철거를 선언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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